이회창 “전직 대통령이 반정부투쟁 선동해서야”
정치권은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김 전 대통령은 27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려 한다”며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북-미 관계가 진전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우리가 살길은 북측으로 가는 것이며,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우리가 덕을 본다”면서 “북측에 ‘퍼주기’ 한다고 하지만 ‘퍼오기’가 될 것이다. 지하자원과 관광, 노동력 등에서 북한은 노다지와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민노당과 민주당이 굳건히 손잡고 시민단체 등과 광범위한 민주연합을 결성해 역주행을 저지하는 투쟁을 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는 28일 민주노총을 방문해 정책연대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내고 “김대중 씨의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국기문란을 국민이 더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자신이 국민에게 저지른 죄악이 두려워 대정부 투쟁을 선동하며 독재자 김정일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생지옥인 북한을 노다지라니, 정신이 이상하지 않고는 공감할 수 없는 말”이라며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정권이 바뀌어 굴욕적인 대북정책을 바로잡으려 하자 이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이날 당5역 회의에서 “어떻게 전직 대통령이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원외당협위원장 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변해야 한다”며 “북한과 신뢰관계를 갖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마디 해주시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