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던 북한이 지난달 30일 밤 돌연 말을 바꿨다.
입주 기업 상주인력을 평소의 절반 수준인 800명으로 제한한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 통행 제한, 차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해서는 ‘특례’를 줄 것처럼 언급했다.
당시 공단관리위원회 인원은 50% 줄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입주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에 극히 필요한 인원’을 남기라고 했던 것. 그러면서 북한은 기업인들에게 별도의 통지문을 보내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이번 조치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공단관리위도 지난달 29일 기업들의 요청을 반영해 상주인력 1628명을 인정해 달라고 북측에 요청했다. 그런데 “상부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며 뜸을 들이던 북측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55분 ‘절반 삭감’이라는 극약 통보를 했다. ‘상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는 위임을 받은 군부로 추정된다.
기업마다 인력 규모가 다르지만 북측이 허용한 상주인력 800명을 88개 생산 입주 기업으로 나누면 산술적으로 기업당 상주인력은 10명이 채 안 된다.
물론 북한은 상주인력이 아니라도 기존 체류증과 거주증을 가진 인원이 한 번 신청으로 일주일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긴 했다. 하지만 상주인원을 포함해 하루 출경할 수 있는 인원을 75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체류증과 거주증이 만기 후 연장될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통행 통관도 엄격해져 1일 735명이 출경을 신청했다가 56명은 허가를 받지 못했고 허가받은 6명은 통관 중 쫓겨났다.
요컨대 북한의 조치는 상주인력을 줄이고 통행과 통관을 엄격히 해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상주인력은 절반으로 줄고, 통행과 통관 절차도 엄격해져 공단 입주 기업은 3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그래서 북한의 조치는 사실상 ‘제 발로 나가라’는 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입주 기업인은 “바이어들이 계약이행에 지장이 없는지 문의하고 있다”며 “바이어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는 사람과 물자가 빨리 오가야 하는데 현행 조치가 계속되면 기업 유지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민간단체 “오늘 또 삐라 살포”▼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룡) 등 민간단체들이 2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인근에서 대북 전단(삐라) 10만 장을 살포한다.
박 대표는 1일 “전단에 1달러 지폐도 1장씩(총 1000장) 함께 넣어 보낸다”며 “전단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느낀 점과 김정일의 사생활 등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한때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분간 전단 살포를 자제하려 했으나 북한이 지난달 24일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 통행을 제한, 차단하겠다는 ‘12·1’조치를 발표하자 방침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