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읽을까봐 직접 줍지말고 장소만 신고하게
술자리서 삐라내용 얘기한 농민 8년 노동교화형
남한의 민간단체가 풍선에 달아 보낸 대북 전단(삐라)이 황해도 일대에 대량 살포되면서 북한 당국이 군인까지 동원해 ‘삐라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일 보도했다.
RFA는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4군단이 주둔한 황해남도 장연군, 연안군 일대에서 최근 전단 수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현재 이들 지역에선 협동농장, 야산 등 곳곳에 전단이 널려 있어 어린아이들도 손쉽게 주울 수 있을 정도라는 것.
소식통은 “군인들이 새벽에 아침운동으로 전단을 줍는다고 한다”며 “전단 때문에 (살포지역에선)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전단 수거작업에는 군부대, 안전보위부, 보안서(경찰) 산하 규찰대 등 안보 관련기관이 총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의 식료품 거래 단속을 주로 맡아 온 규찰대도 본업을 제쳐두고 남한에서 보낸 전단 단속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행인들의 짐을 뒤져 전단이 나오는지 수색하고 전단 살포지역 통행 시 지켜야 할 수칙까지 알려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북한 당국은 또 최근 남한에서 건너오는 전단이 늘면서 처리 방식을 바꾸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엔 주민들이 전단을 발견하는 즉시 보위부나 보안서에 가져오도록 지시했으나 지금은 직접 줍지 말고 떨어진 장소만 신고하도록 조치했다는 것.
전단 수거 작업에 동원된 군인이나 주민들이 내용을 읽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식통은 전단 살포 지역에선 정보원 수를 배로 늘려 주민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단 내용을 술자리에서 얘기한 농민이 ‘8년 노동 교화형’에 처해지는 등 전단을 보관하거나 읽은 주민에 대한 형벌도 가혹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