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확산, 시장주의 세력 확산, 남한 의존심리 확산을 3대 체제위협 요인으로 정하고 강력한 통제에 나섰다고 북한 소식통들은 전한다. 최근 북한이 대남 강경 조치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대내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일 건강 이상설 유포 단속=체제 유지 담당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당과 군의 최고위 간부들 동향을 24시간 파악해 김 위원장 및 최측근들에게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
한 북한 전문가는 “9월 김정일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이후 권력 내부에서 후계 문제가 은밀하게 논의되자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핵심 측근들이 권력엘리트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외국 정보기관들의 대북 정보수집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서 북한 내부 동향이 새나가고 있다고 보고 비밀 누설자 색출 활동에 나선 징후가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내국인의 해외출장을 제한하고 외국인들의 방북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등 외부 정보의 유입과 유언비어 확산 방지에 부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런 노력에도 10월 이후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포함된 전단이 살포되면서 전방지역 군인들도 동요하는 조짐이 보이자 우리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체제 모독이자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후과(後果)를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세력 통제=김 위원장은 6월 측근들에게 “시장은 자본주의의 나쁜 요소가 번식하는 서식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규정을 어긴 시장 활동과 불법 밭 경작 등 상거래 활동을 집중적으로 단속했지만 효과가 저조하자 올해 들어 통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 탈북자는 “공장과 기업소 근로자는 물론 교원과 의사들까지 제 살 길을 찾기 위해 직장을 내팽개치고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며 “북한 지도부는 시장이 외부정보의 유입과 유언비어 유포의 온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한 의존도 낮추기=북한에선 지난 10년 동안 남한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심화됐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쌀과 비료 등 대북 지원이 중단되자 남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없애기 위해 사상교육을 강화해 왔다.
북한 당국은 “최근 악화된 식량 사정은 남측의 대북 강경정책 때문”이라면서 “미제(美帝)도 쌀을 50만 t이나 주는데 같은 민족이 겨우 옥수수 5만 t을 준다고 해서 거절했다”며 주민들을 상대로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노동당과 국가안전기획부 등은 ‘특별검열단’을 구성해 한국 TV 드라마 등 동영상을 보거나 유포하는 주민에 대한 색출 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말 이후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내각 산하 민족경제연합회(민경련) 등 대남기관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 작업을 벌였다. 또 당과 군 등 권력기관의 외화벌이 관계자들이 남측과 사적인 관계를 가졌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등 사회 전반에 확산된 ‘남한 물 빼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당분간 최우선 과제인 체제 안정을 위해 내부 단속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를 위해 대남 긴장 조성 국면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