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제 요청을 받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놓고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2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내 자유의 다리 앞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납북자가족모임 회원 6명이 대형 풍선에 담아 전단 10만 장을 보내려다 이에 반대하는 한국진보연대, 전국여성연대 회원 등 50여 명과 30여 분간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전단 살포를 준비하던 자유북한운동연합 박모 씨가 휘두른 둔기에 양주사랑청년회 한모 씨가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박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했다. 박 씨 등은 이날 전단 10만 장을 10개의 대형 풍선에 담아 북한 쪽으로 날릴 예정이었으나 충돌이 빚어지면서 1만 장만 날려 보냈다.
비닐로 만들어진 전단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폭정을 비난하는 내용과 함께 납북어부 436명의 명단, 연락처 등이 적혀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는 “우리가 폭행당하면서 전단 보내기를 방해받았는데도 경찰이 수수방관했다”며 “북한과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에 나서면 전단 살포는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북부진보연대 황왕택 집행위원장은 “임진각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전단을 보내려는 분들이 트럭으로 밀고 들어와 충돌이 시작됐다”며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최 대표 등이 “50여 명이 몰려들어 물리력으로 살포를 막고 전단 2만여 장을 빼앗아가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함에 따라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국민행동본부, 라이트코리아 등 30여 개 보수단체들은 3일 오전 11시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등 전단 살포에 계속 동참할 뜻을 밝혀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