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거’ 민주 이념논쟁 가열

  • 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丁대표 “대안 - 선명야당 조화” 발언 직후

상임고문들 “싸워야” “경제는 협력” 맞서

당 정체성을 둘러싼 민주당 내 노선 경쟁과 관련해 정세균 대표는 3일 중도실용 노선과 진보개혁 노선을 아우르는 당 운영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당내 계파 간 공방은 가열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중도실용 세력이 주장하는) 대안야당과 (진보개혁 세력이 주장하는) 선명야당은 대척되는 개념이 아니라 같은 것”이라며 “이들이 조화를 이룰 때 국민으로부터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상임고문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민주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기”라며 “민주세력이 연합해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구체적이고 분명한 노선을 정립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에 박상천 의원은 “민주당이 경제위기 해소에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정대철 전 의원도 “야당다운 야당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정부 여당에 협력할 것은 과감히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당내 노선 갈등은 과거 열린우리당 출신과 옛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민주당이라는 간판 아래에서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러 위기에 몰리자 그 책임과 해법을 놓고 계파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념과 철학이 다른 두 세력이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 동거를 했지만 당직 배분과 사무처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불신이 증폭돼 오다 이번에 폭발한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노선과 이념 갈등으로 당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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