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여야 합의… 길 잃은 민생법안

  • 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예산안 계수조정소위 파행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가 3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새해 예산안 본심사에 들어가자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오른쪽)이 회의장에 찾아와 이한구 예결특위원장과 한나라당 이사철 간사(왼쪽에서 두 번째)에게 회의를 중단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예산안 계수조정소위 파행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가 3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새해 예산안 본심사에 들어가자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오른쪽)이 회의장에 찾아와 이한구 예결특위원장과 한나라당 이사철 간사(왼쪽에서 두 번째)에게 회의를 중단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민주 “계수조정소위 중지 때까지 활동 중단”

한나라-선진 “예산심의 무작정 늦출수 없다”

극한대립 “네탓” 공방… 물밑타협 가능성도

■ 국회 모든 상임위 파행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적인 대립이 끝내 국회 파행 사태로 확산됐다.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정쟁에 휩싸여 본연의 역할을 저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모든 상임위 파행=파행의 발단은 3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민주당 불참 상태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원회를 연 데서 비롯됐다.

민주당은 그동안 예산심의 조건으로 △내년 세입안 수정 △감세(減稅) 법안 철회 △지방 재정 확보 방안 마련 △일자리 대책 수립 등 4개 항을 요구하며 계수조정소위 참석을 거부해 왔다.

민주당이 사흘째 예산 심사를 거부하며 계수조정소위에 출석하지 않자 이한구 예결위원장은 이날 오전 “더는 예산안 심의를 늦출 수 없다”면서 본심사 개시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가 사상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어 재정 예산을 통해 위험한 국면을 넘길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당초 여야가 합의한 일정대로 8일까지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더는 심사를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계수조정소위 회의장에 들어가 심사 중단을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해 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일방적 예산 심의를 중지해야 하며 만일 단독 심사를 강행할 경우 향후 발생하는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후에 회의를 속개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예산안 심의를 계속했다.

▽향후 전망=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상임위 활동 거부 방침을 선언하자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불참하더라도 모든 상임위를 당초 일정대로 가동하기로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2차 수정예산안을 내놓지 않으면 계수조정을 하지 않겠다며 예산안을 보이콧하더니 이제는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했다”며 “이는 국정 자체를 포기하는 생떼”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야당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는 여당 간사가 끊임없이 법안 심의를 요구하고 우리가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는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를 운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도 성명에서 “예산안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민주당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그것이 예산 심사를 무작정 늦추는 이유는 될 수 없다”며 한나라당과 공동보조를 취할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초강경 대응에 나선 데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선진당이 한나라당에 동조하고 나서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상임위 파행 기간이 길어지면 각종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늦춰질 수밖에 없어 한나라당이 강공 일변도로 가기에는 작지 않은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물밑 협상을 통해 감세안 중 일부를 수정하는 등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상임위 복귀 명분을 만들어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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