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를 위해 4일 열린 여야 지도부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회 운영이 이틀째 파행을 빚었다. 이날 오전에는 민주당 의원·당직자 20여 명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해 회의 진행을 저지했고, 오후에는 한나라당 의원 10여 명이 같은 회의장을 점거한 채 회의를 강행하는 등 예산 심의에 진통이 계속됐다. 》
부가세 인하 등 이견… 3당 지도부 협상 결렬
오늘 재개… 홍준표 “안되면 민주 없이 진행”
예결위 계수조정위 민주 불참속 뒤늦게 속개
▽여야 협상 진통=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 등 3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과 감세(減稅) 법안 처리를 놓고 2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절충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부가가치세 인하 여부였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자영업자에 대한 부가세 환급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쪼가리’ 협상안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 부가세 인하를 수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일부 산업에 부가세를 인하해주면 형평성 시비가 예상되는 데다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대신 1조 원가량의 재원을 만들어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이 거부했다.
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안대로 부가세를 낮추면 2조 원가량의 세수(稅收) 결손이 생긴다”며 “정부도 난색을 보이는데 민주당은 자영업자들에게 부가세 인하와 관련한 서명을 받아 놓은 게 있어 이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종부세의 세율에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다만 소득세는 최고 세율 구간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낮은 구간은 2%포인트 낮추기로 했고, 상속·증여세 인하는 당분간 유보키로 합의했다.
여야는 5일 오전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하기로 해 이르면 이날 국회가 정상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임위 파행=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감세 법안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개최를 막기로 결의하고 의원들로 저지조를 편성했다.
이날 오전 예산안 심사를 재개하려던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는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열리지 못했다.
우제창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예결특위 위원들은 ‘서민 포기 감세 철회’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탁자에 올려놓고 시위를 하면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의원들의 회의 개최를 막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달에 (세비로) 700만 원 받아먹으면서 이게 뭐하는 거냐. 한나라당이라도 일을 하게 해 달라”며 회의장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0개월 동안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파탄냈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위에서는 원혜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서병수 위원장에게 감세 법안 합의 처리를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큰 틀에서는 다 합의가 됐는데 무슨 합의 처리를 해달라는 거냐”며 “더는 물러설 수 없다”고 대응했다.
이날 오후 늦게 지도부 협상이 결렬되자 계수조정소위에선 민주당이 빠진 상태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를 속개했다.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은 “휴일인 6일과 7일에도 회의를 열어 예산안 심의를 최대한 빨리 마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