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시기에 대한 합의문에 서명하려던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이 8일 또다시 무산됐다. 다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2일 예산안 처리’에 이미 합의한 만큼 별도의 합의문을 만들지 않고 당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예산안을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만들어 서명할 예정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예산안 처리시기에 합의했으나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간의 ‘2중대’ 발언 논란 등으로 두 번이나 합의문 서명을 위한 회동을 연기했었다.
하지만 8일 회동엔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예산안 처리 논의 과정에 빠져 있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당직자들이 운영위원장실을 찾아가 홍 원내대표에게 “재벌들의 곳간을 채워주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과 예산심의를 용납할 수 없다”며 회담을 저지한 것. 홍 원내대표는 “깡패 집단도 아니고…”라면서 불쾌감을 표시한 뒤 회담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홍 원내대표는 야당 원내대표들과 전화 통화를 통해 “예산안과 부수 법안 처리 시점에 대해 이미 여야가 합의했기 때문에 굳이 합의문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원혜영 권선택 원내대표와 통화해 합의를 지킨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한나라당에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한 것이므로 기정사실화 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권 원내대표가 ‘12일 처리’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 선진당은 9일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당초 태도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원내 1, 2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상황이어서 예산안은 당초 합의대로 12일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는 이날 ‘국방개혁 2020 조정안’ 중 육군 부대 개편의 핵심 사업인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예산 10억 원을 창설 시기가 유동적이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