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1일 경주행에 친李계도 13일 ‘맞불 방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주행(行)이 여권을 다시 한 번 흔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때 자신의 안보특보를 맡았던 정수성(예비역 육군대장) 씨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경북 경주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18대 총선 때 친박연대로 출마했던 김일윤(현 무소속)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아 내년 4월 재선거가 유력한 곳이다.
당내에서는 18대 총선에서 김 의원에게 석패한 정종복 전 의원이 일찌감치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구를 다지며 재도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18대 총선 때 사무부총장을 맡아 공천과 선거의 주요 실무를 맡았던 ‘친이(친이명박)’의 핵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는 김 의원이 친박이라는 점을 들어 연고권을 주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당내에서는 이 때문에 이 지역이 ‘친이’와 ‘친박’의 격전지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인 정 씨가 최근 도전장을 던졌고, 박 전 대표가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 등 친박 의원들과 함께 경주를 방문하기로 결정해 친이와 친박의 해묵은 신경전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인다.
박 전 대표의 ‘경주행’은 정 씨의 출마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적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친박 배제’로 일컬어지는 18대 총선 공천에 책임이 있는 정 전 의원의 공천을 박 전 대표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8일 “국방·안보 분야에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라며 행사에 참석할 뜻을 분명히 했다.
친이계는 경북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 때문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3일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박영준 전 대통령비서관,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 친이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정 전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대거 경주로 내려가기로 했다.
한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12년 동안 보좌해 온 이채관 정무특보도 10월부터 이 지역에서 출마를 노리고 뛰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