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한나라당에 국책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 금융기관에 대한 내년 지원금으로 당초 2조4250억 원에서 2배가량 늘어난 5조 원대의 수정안을 뒤늦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위의 당초 계획보다 2조72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원안대로 통과되려면 내년 예산안의 틀을 상당 부분 고쳐야 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9일 “금융위원회가 최근 5조1450억 원 규모의 수정안을 제출했다”며 “이는 최초 정부안보다 2조7200억 원,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예산보다 1조2700억 원이 각각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출자금이 5000억 원, 지역 신용보증기금 보조금 1000억 원 등 기존 예산안에 없던 항목이 추가됐다.
신보 출자금도 7000억 원(이하 정무위 통과 금액 기준)에서 1조 원으로 3000억 원 늘렸고, 모태(母胎)펀드 출자금은 1850억 원으로 1000억 원을 증액했다.
자산관리공사 출자금은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정부에 자본금 확충을 요청한 것이고 신보 출자금은 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예산안에서 삭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가용자금을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내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127.7달러로 잡았기 때문에 최근 국제 시세를 감안하면 감액할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복지예산 등으로 당초 예산안에 없던 4000억 원가량을 추가 배정할 예정이어서 금융위의 때늦은 수정안 제출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뒷짐 지고 있던 금융위가 뒤늦게 예산안 심사가 막바지에 달한 시점에서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며 “‘뒷북 행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입계획 등 이달 들어 결정된 금융대책도 많아 수정안을 늦게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