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론
“강도 높은 공공개혁-규제완화
정권 초심으로 승부수 던져야”
친이 중심 친정체제 강화 주장
○ 안정론
“대운하 등 부담스런 정책 연기
여론향배 고려 완급 조절해야”
정파떠난 ‘탕평인사’ 해법제시
최근 청와대에서는 두 가지 담론(談論)에 대한 참모진의 논쟁이 뜨겁다. 내년 국정운영의 방향과 내년 초로 예상되는 개각의 콘셉트를 놓고 청와대 참모진이 양쪽으로 갈려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국정운영 방향, 개혁 vs 안정
청와대 참모진은 집권 2년차가 되는 내년에 정권의 성공을 위해 정권 차원의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선 두 갈래의 해법이 맞서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이명박 정부 출범 때의 정신처럼 ‘개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겪은 경험과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안정과 통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고 전했다.
‘개혁론자’들은 개혁을 통해서만 잠재성장력을 높일 수 있으며 취임 전에 계획했던 각종 개혁과제를 내년에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국어 영어 수학 우선론’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중요한 과목에 집중 투자해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공공부문 개혁 △규제완화 △법과 질서의 확립을 위한 정치노조와의 한판 대결 △금산분리 완화 등을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서는 안 되며 힘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이(친이명박)계’, ‘대선 캠프 출신’들이 주로 이쪽이다.
반면 안정과 통합을 강조하는 그룹에서는 여론 향배를 예의 주시하며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대운하처럼 여론 지지가 낮은 정책들은 뒤로 미루고 대형마트의 비닐봉투를 쓰레기종량제 봉투로 교체하거나 에너지 절약을 위해 경차 택시를 도입하는 등 국민이 실생활에서 변화를 직접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수의 관료 출신과 일부 당 출신 인사가 여기에 속한다.
경제위기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양 진영의 생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개혁론자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개혁을 해야 잠재성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정론자들은 “이런 때일수록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에 대해서도 개혁론자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가 당장은 지방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라 전체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안정론자들은 “지방균형발전 대책을 확실히 마련한 뒤 균형 있게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개각 콘셉트, 탕평 vs 친정체제 강화
개각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둘로 극명하게 나뉜다.
탕평파들은 친박(친박근혜) 세력도, 과거 정부 세력도 모두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박 인사로는 허태열 최경환 의원 등이, 전 정부 인사 가운데는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김석동 전 재경부 차관 등이 ‘광폭 인사’의 기용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야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친정체제 강화론자들은 개혁을 확실히 이뤄내기 위해서는 충성심이 강하고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가치를 꿰뚫고 있는 친이 세력이 주요 자리에 배치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탕평이라는 이름하에 계파 안배 내지 나눠 먹기식 인사로 흘러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이재오 이방호 전 의원, 정두언 주호영 권택기 의원과 곽승준 전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정운영의 기준은 국익으로, 국익을 위해서라면 비판이 있더라도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개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