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박지원-盧정부때 문재인처럼
성공에 대한 의지 좌파에서 배워야
무기력한 모습 ‘웰빙의식’의 한 단면
정권 끌고갈 그랜드 디자인 아쉬워
관료출신 참모들 친정 편향성 짙어
대통령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 비판
말 없이 대통령 국정철학 이해하고
靑내부-정부에 전파할 중간役필요
“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박지원 씨나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의 문재인 씨 같은 이가 없을까.”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을 끌고 나갈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개편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참모 시스템과 인적 구성이 각종 위기 상황이나 난국 돌파에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본보는 최근 30대(C, D 씨)와 40대(A, B 씨) 청와대 직원 4명에게서 청와대가 처한 문제점과 대안을 가감 없는 육성으로 들어봤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해 온 이들은 지난해 대선 캠프에서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왔거나 오래전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다.
○ 주인의식이 부족하다
이들은 정도 차이는 있으나 현재 청와대가 일종의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고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내가 정권을 책임진다’는 주인의식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A 씨는 “욕을 먹더라도 조직을 관장하고 무언가 일을 추진하는 진정한 의미의 대통령 측근, 다시 말해 ‘코어그룹(core group)’이 지금 청와대엔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 관계를 떠나 미국에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해 청와대에서 일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 같은 그룹의 부재를 역설적으로 입증한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 인식이다.
A 씨는 또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에는 박지원 전 비서실장,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도 문재인 전 비서실장 같은 코어그룹이 있어 때로는 사고도 쳤지만 필요할 때는 중심을 잡고 일을 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는 그런 사람들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현 청와대의 무기력한 모습은 웰빙의식에 젖어 있는 대한민국 보수정권의 한 단면”이라며 “어떻게 5년을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그랜드 디자인과 1년, 6개월, 1개월 단위의 액션플랜을 고민하고 책임지려는 이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을 제대로 못하면 보수세력이 2010년 지방자치단체선거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정치적 위기의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며 “정권의 성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오히려 좌파 정권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공무원들에게 휘둘린다.
D 씨는 “2기 청와대 들어 더더욱 공무원들의 논리에 함몰되면서 청와대가 공직사회를 견인하는 동력이 약해졌다”며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 정부의 신 패러다임으로 제시해도 일부 부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손을 놓고 관련 업무 진행 상태를 물어봐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주로 돌아온다”고 비판했다.
일부 관료 출신 비서진의 ‘친정 편향성’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었다.
B 씨는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고시 기수 선배로 대했거나 심지어 상관으로 모셨던 사람이 장관인 부처에 대해 관료 출신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들의 ‘말발’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오죽 답답하면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일부 참모들의 ‘팔이 안으로 굽는 행위’를 비판했겠느냐”며 “1기 청와대 참모진을 안정성이라는 이유로 대거 공무원으로 교체하면서 ‘친정 부처’와의 정치적 절연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내지 못한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현재 청와대 직원 452명 중 관료 출신은 236명으로 52.2%를 차지하고 있다.
○ 대통령과의 정치적 호흡이 부족하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미끄럽게 정부 부처가 실행토록 하는 역할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A 씨는 “‘코어그룹’과는 별도로 이 대통령과의 오랜 정치적 호흡을 바탕으로 큰 틀의 정책을 이해하고, 이를 청와대 내부와 정부 부처에 적절하게 전달하는 그룹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역의원인 게 문제”라고 말했다.
D 씨는 박병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4대강 수질 개선 사업과 관련해 한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사업을 다 해놓고 대다수가 (대운하로) 연결하자고 하면 말자고 할 수는 없다는 식의 발언은 그런 공개석상에서 할 게 아니고 유관 부처와 먼저 논의를 하는 것이 이 대통령 스타일에 맞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객관적 평가를 떠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권의 숱한 사퇴 요구에도 굳건한 배경 중 하나는 이 대통령의 경제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내일 죽더라도 책임지고 할 일은 밀어붙이겠다’는 일처리 방식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