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 ‘Nuclear Weapon State’와 달라
美 “실무자 실수…핵보유국 불인정 방침 불변”
외교부 “논란 소지 표현은 수정하겠다 해명들어”
미국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USJFC)가 최근 공개한 2008년도 합동작전환경 보고서에서 북한을 ‘Nuclear Power(핵무기 능력 지닌 국가)’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Nuclear Power’는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가’를 지칭하는 정식용어인 ‘Nuclear Weapon State’와는 다르지만 핵을 갖고 있는 정권이라는 뉘앙스를 주는 표현.
이 보고서는 태평양·인도양 지역 정세를 설명하면서 “아시아 대륙 연안에는 ‘Nuclear Power’가 이미 5곳 있다”며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러시아를 영문 머리글자 순서에 따라 명기했다.
또 보고서는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해 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 지역에는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핵 개발 문턱국가(threshold nuclear state)’가 3곳 있다”며 한국, 일본, 대만을 꼽았다.
이전까지 북핵과 관련한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2006년 10월 핵실험은 실패였고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40∼50kg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등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서 ‘핵클럽’ 멤버인 중국 러시아 미국이 사실상 인정한 핵무기(nuclear arsenal) 보유국인 파키스탄과 북한을 동렬에서 ‘Nuclear Power’로 분류해 기존과는 차이를 보였다.
8일(현지 시간) 이 문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미국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 국무부에 문의한 결과 ‘핵보유국가’와 ‘핵능력국가’란 표현의 차이나 국제정치적 의미를 거의 염두에 두지 않은 채 하위급 직원이 작성한 보고서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미국 정부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민간연구기관인 미국진보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과 함께 ‘사실상 핵능력국가(de-facto nuclear state)’로 표현하기도 했다.
위키피디아도 △핵보유국가(Nuclear Weapon States·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핵 능력국가(Nuclear Powers·인도 파키스탄 북한) △핵 보유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핵능력국가(Undeclared Nuclear State·이스라엘) 등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핵보유국가란 표현이 이처럼 민감한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하는 핵보유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뿐인데 만약 어떤 나라를 핵보유국가로 인정한다고 할 때 그것은 그 나라를 여기에 포함시킨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