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빼고… 기대고… 챙기고… ‘어물쩍’ 민주당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상임위원장, 국회 특위위원장 연석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상임위원장, 국회 특위위원장 연석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FTA - 예산안 심의, 겉으론 국익 외치면서 속으론 눈치보기

FTA비준 미루면서 “與 대책 내놔라” 떠넘겨

민노 예산안 저지 “합의 지켜야하지만…” 미적

SOC예산 삭감 당론과 달리 뒤에선 증액 요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를 놓고 최근 민주당의 ‘눈치 보기’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작 ‘국익’을 외치면서도 실제론 책임 있는 제1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의원은 정부 여당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뒤로는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늘리려는 이중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입으로만 국익=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에 대해 ‘선(先)대책 후(後)비준’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 대책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중순 야권에서 한미 FTA 관련 보완대책을 내놓으면 정부 여당의 대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자유선진당은 지난달 말 ‘농업부문 10대 보완대책’을 정부 여당에 내놓았으나 민주당은 아직까지 보완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10일 “대책은 정부 여당에서 내놓는 것이고 야당은 정부 대책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피해 대책안을 제시할 경우 추가적인 요구를 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여당이 바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보완책 제시에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한미 FTA로 인한 산업별 영향 평가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은 민노당 2중대” 논란=민주당 지도부는 1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및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등 감세(減稅) 법안 처리에 합의한 데 대한 당내 반발이 커지자 슬그머니 민주노동당의 강경 대응에 편승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11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민노당이 “육탄공격을 해서라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소수 목소리도 전달돼야 한다”면서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노당을 설득해 회의를 원만하게 진행하겠다”면서 “하지만 민노당 측을 무리하게 실력으로 제압하고 회의를 끌고 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여야 합의는 지켜야 하지만 우리 처지에서 국회 경위권을 발동해 민노당을 쫓아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은 민노당 2중대’라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당이 전면전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합의사항을 관철시키려 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자세로 민노당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SOC 예산 줄이자고 하더니…’=일부 의원은 정부 여당의 SOC 예산 대폭 삭감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지역구의 SOC 예산 삭감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남고속철도의 경우 민주당은 당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원안보다 500억 원을 삭감키로 했지만 10일 자진 철회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이날 해당 지역구 의원들에게 삭감 사정을 설명했으나 이들이 “정부 여당이 조기 완공을 약속했는데 우리가 먼저 깎는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국회 예결위 소속인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민주당이 도로 신규사업 예산을 깎자면서 정작 예결위에서는 오히려 신규 사업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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