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바마정부와 새 협상 대비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 6자회담 결렬 위기

北, NPT 복귀 - IAEA 검증 모두 거부

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있지 않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참가국들은 회담 사흘째인 10일 북한의 핵 신고서에 대한 검증의정서 채택 문제를 놓고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1일 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타결 가능성은 밝지 않다.

▽합의 도출 실패, 왜?=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며 “북한은 검증과 관련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safe guard)’를 이행한다는 내용을 검증의정서에 넣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북한의 NPT 복귀 문제를 끄집어낸 근거는 ‘9·19공동성명’. 9·19공동성명은 ‘북한은…NPT와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문구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 단행 이후 만들어진 ‘2·13합의’와 ‘10·3합의’에는 적시돼 있지 않다. 1990년대 초반 ‘제1차 북핵위기’ 때 IAEA의 특별사찰 문제로 마찰을 빚다 NPT를 탈퇴한 북한은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임을 주장해왔다.

여기에 미국 한국 러시아는 이날 회의에서 IAEA가 북핵 검증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7월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합의문은 IAEA의 역할에 대해 ‘지원과 자문을 환영한다’고만 한정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이번 6자회담에서도 사흘 내내 ‘북한은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했다”며 “북한은 IAEA의 검증도 수용하기 어렵지만, 비핵보유국을 대상으로 하는 NPT 가입도 더욱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시료채취 문제도 한때 접점을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타결을 보지 못했다.

한국 미국 등은 검증방법과 관련해 시료채취를 내용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문구를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주권 침해” 등을 거론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전날 중국이 제시한 4쪽짜리 검증의정서 초안에는 시료채취를 보장하는 용어로 ‘과학적 절차(scientific procedures)’가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숙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이 검증의정서 수정안을 만들 여건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갈 길 먼 북핵 협상=이날 회의는 당초 10일까지였던 회의를 하루 더 연장할지를 결정하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김 본부장은 “의장국인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11일 아침까지 봐야 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회의를 하루 연장하더라도 휴회를 선언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11일 오전 다시 회담을 열더라도 현재로선 검증 주체, 방식, 대상 등 모든 쟁점 현안에 워낙 의견차가 커 검증의정서 채택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을 접고 버락 오바마 신정부와의 협상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막판에 태도를 바꿀 가능성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 수 있을 뿐이다. 중국은 내년 1월 초에 속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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