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위기극복안 내놔야 할텐데” 긴장
하루 수차례 관련회의… 밤샘근무 다반사
“예상을 못했던 일정이라 한동안 당황했다. 송년회 갈 시간도 정신도 없다.”(경제 부처의 한 과장)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초로 예상됐던 각 부처의 2009년도 업무보고 중 일부를 이달 중순부터 받기로 하면서 해당 부처 관계자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이 대통령이 ‘열심히 하겠다’ 식의 통상적 보고 대신 예산안의 즉각적인 집행 계획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보고를 원하는 데다, 이번 보고가 내년 초로 관측되는 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 돌면서 해당 부처들은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국토해양부와 함께 경제난국 극복 분야 업무보고를 주도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난’ 형국이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도 예산안의 주무 부처인 데다, 업무보고 외에 내년도 경제운용방향 보고까지 겹쳐 있어 경제정책국 등 일부 부서는 밤샘 근무가 다반사라고 한다.
몇몇 부서 출입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까지 붙어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등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내용이 보고에 담길 수 있으므로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것.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봤을 때 얼마나 치밀하게, 집행까지 가능하도록 준비하는지 보여 줘야 하기 때문에 세부 사항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며 “개각설이 수시로 나오는 상황이란 점도 한 부처의 일원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등과 함께 이달 하순경 실물경제 분야를 주도적으로 보고하게 될 지식경제부는 실물경기 회복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내년부터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일자리 창출 및 중소기업 회생 대책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와 함께 보고해야 하므로 금방 비교가 될 것 같다. 매우 부담이 된다”면서 “담당 부서 공무원들은 밤새워 가며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업무보고 시점이 앞당겨져 지금은 힘들지만 잘 마무리되면 내년 초 업무보고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장점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시중 위원장이 철저한 보고 준비를 거듭 당부했다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주말부터 해당 부서 국·실장, 과장들이 연일 보고 아이템 선정에 골몰하고 있다. 기획조정실 주재로 하루에도 수차례 관련 회의가 열린다. 한 과장은 “한 마디로 초비상 상태”라며 “방통위는 사업 관련 예산이 적은 만큼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진작책을 찾기가 어려워 고민”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도 해당 부서의 국·과장들이 지난 주말에도 출근해 업무보고 준비에 들어갔다.
서민, 고용, 지역경제 분야 보고를 주도할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며 “주로 사회안전망 보강에 대한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