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료채취 명문화 거부로 보상극대화 노려
개막도 폐막도 없어… “이상한 시작 허무한 끝”
차기회담 일정 못정해… 부시정부 마지막 해결시도 무위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임기 내 마지막으로 열린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11일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가 또다시 상당 기간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
의장국인 중국의 공식 발표도 없이 8일 개막됐던 6자회담은 11일 다음회담일정도 못잡고 폐막식도 없이 끝났다. 한 회담 소식통은 “이번처럼 이상하게 시작해 허무하게 끝난 회담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북한은 시종 현 단계에서는 절대 ‘시료채취(sampling)’의 명문화에 동의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서의 시료채취를 3단계(핵폐기) 보상과 연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료채취는 2단계 조치(핵시설 불능화)를 담고 있는 ‘10·3 합의’에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3단계 협상으로 넘겨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생각인 듯하다.
북한은 그동안의 협상에서 핵 문제를 최대한 잘게 쪼개 이익을 극대화하는 ‘살라미 전술’을 써 왔다.
북한은 내년 1월 출범할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를 상대로 북-미 관계 진전,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 등을 지켜보면서 시료채취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초 회기를 하루 연장하며 열린 이날 수석대표회의는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상이었다. 시료채취 명문화를 완강히 거부하던 북한이 중국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추가 협상 용의를 밝혔다는 소식으로 한때 극적인 상황 반전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결국 협상은 무위로 돌아갔다.
2005년 7월부터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핵 협상을 이끌어 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비행기 예약 시간을 이유로 회담 종료 1시간 10분 전 고별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회담장을 빠져나가 귀국했다. 회담 관계자는 “힐 차관보가 회담 도중 앞으로 북-미 양자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 측이 이번 회담에서 제안했던 ‘검증의정서 채택-대북 에너지 지원의 포괄적 연계 방침’은 철회됐다. 성명은 “참가국들은 ‘10·3 합의에 나와 있듯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중유 100만 t에 해당하는 대북 경제, 에너지 지원은 병렬적으로 이행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적시했다.
베이징=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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