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질서 재편속 ‘동북아 3국 공조’ 틀 마련

  • 입력 2008년 12월 15일 03시 01분


활짝 웃은 3국 정상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운데),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3일 일본 후쿠오카 규슈국립박물관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중일 3국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후쿠오카=연합뉴스
활짝 웃은 3국 정상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운데),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3일 일본 후쿠오카 규슈국립박물관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중일 3국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후쿠오카=연합뉴스
《13일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계기로 3국이 본격적으로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틀과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핵심 현안들에 대한 3국 간의 시각차가 있는 만큼 3국 간 공조가 제대로 실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국 정상 “회담 매년 정례화” 합의

[경제위기] 공동기금 조성 재확인 등 대응력 강화

[북핵문제] “6자회담에 실망했지만 인내 갖고 대처”

[포괄협력] 기술-물류 외 공동 재난관리체제 구축

○ 경제위기 극복 3국 협력 재확인

한중일 정상회담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가 열릴 때가 아니라 3국 내에서 별도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국 정상들은 해마다 정상회의를 정례적으로 열기로 합의했다.

3국 정상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의 핵심으로 전날 공개된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를 환영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한중 간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는 중국이 금융위기 발생 후 외국과 처음 맺는 통화스와프 관련 조치”라고 설명했다.

3국 정상이 아시아 역내 상호자금 지원체제인 800억 달러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 조성 등에 대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것도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3국 정상은 또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 확대 △보호무역주의 재현을 막기 위한 도하개발어젠다(DDA)의 조속한 타결 △금융위기에서 실물경제 위기로의 확산 차단 △아시아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질서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세계금융질서 재편 과정에서 3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 6자회담 결과에는 ‘유감’

3국 정상들은 정상회의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다양한 실무 채널을 통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 중 한중일 과학기술장관회의(일본), 제2차 한중일 물류장관회의(중국), 제2차 보건장관회의(중국) 등의 개최를 재확인하고, 산업협력 증진을 위한 3국 간 연락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황사 방지 공동연구 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또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3국 간 상호 FTA에 대한 민간 공동연구를 심화하고 투자협정 체결교섭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진 태풍 홍수 등의 포괄적 재난관리체제를 개발하고, 내년 일본에서 3국의 관련 기관장이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케 하기로 했다.

3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꾸준히 공조키로 했다. 정상들은 최근 6자회담에서 북핵검증서 마련에 실패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후퇴가 아닌 일련의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합의 도출 실패와 관련해 많은 나라가 실망하고 있으나 조금씩 전진한 것은 사실이며 인내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일, 한중 정상회담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 원 총리와 잇달아 회담을 갖고 양국 관심사를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흔히 가깝고도 먼 관계라고 하는데 가깝고도 가까운 관계가 돼야 하며 한국은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아소 총리의 방한을 제안했다. 아소 총리는 “조속한 시일 내에 방문하겠다”며 “문제가 있어서 만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없더라도 자주 만나는 사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원 총리는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조속히 각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案)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여러 경로로 (북한 측에) 대화와 협력을 제안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 측 반응

14일 일본 언론은 일제히 사설 등을 통해 3국 정상회의를 평가하고 이 회의가 동아시아 안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웃 국가 정상들이 만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은 지역안정에도 불가결하다”며 “역사나 영토 등 어려운 문제로 인해 그런 기회가 없던 3국 정상이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제 3국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3국 정상회의에서는 중국 일본 간 주도권 다툼도 엿보였다”면서 한 예로 “한국의 통화스와프 요청에 대응하는 중국과 일본 간에 무대 뒤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후쿠오카=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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