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모든 상임위 보이콧” 한나라 “올해안 처리 속도전”

  • 입력 2008년 12월 16일 02시 59분


산더미처럼 쌓인 법안예산안 처리로 격돌했던 여야가 이번에는 법률안 처리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15일 국회 의안과에 방송법 개정안 등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안철민 기자
산더미처럼 쌓인 법안
예산안 처리로 격돌했던 여야가 이번에는 법률안 처리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15일 국회 의안과에 방송법 개정안 등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안철민 기자
민주, 의총-최고회의 열어 ‘거부’ 전격 결정

이번주 FTA동의안 상정싸고 첫 충돌 가능성

■ 여야 ‘법안전쟁’ 돌입

“쟁점 법안이 아닌 것이라도 처리합시다.”(나경원 의원)

“냉각기가 필요합니다. 나중에 얘기합시다.”(전병헌 의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 의원은 요즘 같은 상임위 민주당 간사인 전 의원을 만날 때마다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여야 간사 간 합의를 거쳐 전체회의 일시와 안건을 정해야 하지만, 전 의원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나 의원을 피할 뿐 좀처럼 의사 일정에 합의해 주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방위에는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상정되지 못했다. 앞으로 언제 회의가 열릴지 정해진 것도 없다.

다른 상임위들에서도 이 같은 여야 간사 간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14일 쟁점 법안을 제외한 다른 안건 처리를 위해 소집됐던 교육과학기술위, 농림수산식품위 등의 전체회의는 민주당의 이날 ‘모든 상임위 보이콧(거부)’ 선언으로 줄줄이 취소됐다.

한나라당은 결국 강공 모드를 선택했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출자총액제 폐지 등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은 물론 정치색이 짙은 법안들도 연내에 처리하겠다며 ‘속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살리기 법안은 임시국회에서 무조건 처리해야 할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을 뒷받침할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경제위기 극복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법안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사 일정에 좀처럼 합의해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섣불리 상임위 개회에 합의해줄 경우 의석 수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와 두 차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모든 상임위 보이콧’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사과와 이한구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의 사퇴를 상임위 개회의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상임위 차원에서 법안 상정을 막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셈이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상임위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실력 저지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못박았다.

국회 파행을 의식한 홍 원내대표는 “이념 충돌 소지가 있는 법안은 야당과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당 안팎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한발 더 나아가 “가급적 연말 분위기로 가기에 앞서 성탄절 이전인 23일 처리해야 한다”며 쟁점법안 처리 시기까지 제시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이번 주 상정을 기정사실화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여야 간 실력대결의 첫 시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법안 전쟁’을 선언한 한나라당이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당 단독 강행 처리라는 실력행사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동아닷컴 박태근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