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의 1급 간부들이 최근 일괄 사표를 낸 사실이 16일 밝혀지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관가에서는 교과부와 국세청 1급 간부들의 사퇴가 다른 부처로까지 확산되는 ‘사표 도미노’ 현상이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당 부처는 내부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최근 행정안전부가 1급 간부를 교체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16일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1급 간부 7명이 줄사표를 제출하면서 “안병만 장관이 인적쇄신 의사를 밝혔고 1급 간부들이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도 정병춘 본청 차장 등 1급 3명의 사표 제출 사실을 확인하면서 내부 인사 소요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내에서는 안 장관이 내년 초 예상되는 개각을 앞두고 자신의 업무수행 능력 등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1급 물갈이 카드로 내부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측은 “재정부는 이미 정권 출범 후 1급들이 대부분 나가거나 일부 승진하는 형태로 정리됐다”며 “1급 사퇴는 일부 부처만의 얘기인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엇비슷한 시점에 부처의 1급 간부들이 잇달아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은 정권 차원의 ‘결심’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 위기가 닥쳤는데 공무원들이 너무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잇따라 나왔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1급 간부들의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함께 문제가 있는 1급들은 교체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현 1급 간부들의 상당수는 이전 정부의 판단과 코드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청와대가 내년을 실질적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개혁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선 정부 부처부터 장악해야 하는데도 장차관들이 관료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잇따라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외압설’을 부인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해당 부처에서 인사 수요가 발생할 시점 아니냐”며 “일부 부처의 인사 문제를 다른 부처로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