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회 유린” “한나라 계엄군 같다” 비난전
행정안전위에선 회의진행싸고 욕설 - 몸싸움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한바탕 격돌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놓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에서 다시 한 번 일전을 치를 태세다.
한나라당 소속의 박진 외통위원장은 17일 18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며 동의안 상정을 위한 배수진을 쳤다.
박 위원장은 “여야 간사에게 동의안을 상정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이젠 여야 합의로 상정될 가능성은 없다. 위원장으로서 직권상정 권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물리적 저지’를 선언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한나라당이 전쟁을 하겠다면 우리도 그에 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대화는 없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정을 막겠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예상되는 몸싸움에 대비해 외통위원 중 정세균 대표와 신낙균 의원을 김영록 김우남 의원으로 바꿨다.
한편 여야는 17일 12월 임시국회에서 처음으로 몸싸움을 벌였다.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회의를 진행하려는 한나라당 의원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당 의원들 간에 욕설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소속 권경석 의원이 개회를 선언하자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화를 내며 책상 위의 서류를 밀쳤고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의 한 수석전문위원은 유리 파편에 맞아 눈 주위를 다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 의원을 붙잡자 강 의원은 “왜 잡아. ××새끼야”라고 욕을 하며 의사봉을 휘둘렀다. 곧이어 여야 의원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소위는 개회 2분 만에 정회됐다. 한나라당 소위 의원들은 “강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형사고소도 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여야 의원들 간에 실랑이가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토해양위, 보건복지가족위, 교육과학기술위 등 4개 상임위는 이날 계류 중인 법안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회의 진행을 막아 파행이 빚어졌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불법 폭력으로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정부 여당은 군복만 입지 않은 계엄군과 같다”고 반박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