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수정 등 사안마다 ‘反개혁 부처’ 비쳐
일괄사표후 일부수리 하려다 언론공개로 일커져
고위공무원 인사 태풍의 진원지가 된 교육과학기술부가 1급 7명 전원의 사표를 받은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가 인사 쇄신 타깃으로 찍힌 첫째 이유로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개혁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여러 사안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많다.
영어전담 교사 도입,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축소, 지역교육청 구조조정 등에 대해 교과부는 현장의 혼란을 들어 신중론을 거듭했다. 이것이 청와대 쪽에서는 ‘반개혁적인 부처’로 비쳤다.
대표적인 예가 역사교과서 건이다. 올해 초 청와대를 중심으로 좌편향 논란이 있는 교과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실무자들은 난색을 표해 진척이 되지 않았다. 결국 연말에서야 교과서 수정 작업이 시작됐지만 이념 공방으로 변질돼 논란을 키웠다.
또 참여정부 말기에 구성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진보 성향 위원 때문에 분쟁 사학이 좀처럼 정상화하지 못하는데도 교과부가 위원 교체나 관련법 개정 등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교과부 간부 중 특정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해 ‘좌파’라고 지목하는 유인물이 관가에 나돌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 출신들이 교과부를 장악했다는 오해까지 사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가 일괄 사표를 받게 된 것은 일부 1급 인사에게 용퇴를 요구했지만 거부하자 1급 7명 모두에게 사표를 받은 뒤 선별 수리하는 방식을 취하려다 일이 커졌다는 분석도 많다.
지난달 교과부는 외부에 나가 있는 1급 인사에게 사퇴하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업무능력 등으로 입지가 좁았던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인사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지난주 1급 전원 사표 제출이라는 방침을 하달했고, 주말과 지난 월요일에 걸쳐 7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당초 교육 쪽 1명, 과학 쪽 1명 등 2명 정도만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표 제출 소식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관가 인사 태풍의 신호탄으로 확대되면서 2명 정도만 경질해서는 도리어 비난을 받을 상황이 돼버린 것.
이 때문에 사표 수리 규모가 16일에는 ‘외부 1급 1명, 교육 1명, 과기 1명’ 등 3명으로 늘었다가 17일에는 다시 4명까지 늘어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표를 종용하던 간부도 경질될지 모른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1급 일괄 사표라는 결단이 부메랑이 되어 교과부를 치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정부 초기 1급 3명이 나가고 이번에 또 대규모로 나가면 교과부엔 간부를 맡을 만한 사람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