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9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간 가까이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켜 본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까.
누구보다 가까이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을 만났다.
대통령의 스타일과 지난 1년에 대한 회고에 이어 대화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과 대운하로 이어졌다. 박수석은 4대강 정비사업과 대운하와의 연관을 공식 부인했다. 그는 4대강 정비사업이 “오바마의 새 정책보다 훨씬 나은 녹색뉴딜”이라고 주장했다.
-가까이서 본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가요.
“대통령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십니다. 저희들도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고 서민 출신이라 그러신지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더욱 어려워진 서민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고 계십니다. ”
-이명박 대통령을 최고 경영자로 평가하면 몇 점이라고 보시나요.
“제가 100점이라고 하면 안 믿을 것 같은데, 탁월한 분입니다. CEO출신이기 때문에 경제 위기 상황에 걸 맞는 리더십을 갖고 있지 않느냐 평가합니다.”
-지난달 미국·남미 순방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 다음 날인 26일 주재한 4시간가량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모들에게 호통을 쳤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와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결정을 하실 때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들으시고 특히 반대편의 입장에 서셔서 반론을 제기하고 이의를 제기하십니다. 때로는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 같은 악마의 대변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다 보니 질책을 하신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에서 하도정비나 제방보강은 대운하를 생각하지 않으면 필요 없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굴포천 방수로 사업이 경인운하 사업으로 진화할 수 있듯 4대강 사업도 대운하로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대운하를 하려면 엄청난 터널을 뚫어야 합니다. 그런 사업도 없고 물류 터미널도 없고 갑문도 없고 수심도 얕고, 또 대운하를 하려면 교량을 상당수 높이거나 없애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조그마한 배는 다닐 수 있지만,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큰 배가 다닐 수 있는 물류 목적의 대운하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분들 주장대로라면 4대 강 자체에 조금만 손을 대도 다 대운하 사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죠. 어떤 분들은 이게 환경을 파괴하는 토목 뉴딜이라고 하는데, 청계천 같은 것도 삽 안 대고 복원할 수 있었겠습니까. 청계천 복원은 환경을 개선한 사업으로 이 대통령께서 타임지 같은 데서 환경영웅으로 선정되지 않았습니까.”
-‘4대강 정비사업이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데,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추진하는 뉴딜은 의료보험, 대중교통 등 전체 70% 가까운 복지사업 계획인데, 우리는 왜 토건 뉴딜만 하느냐, 시대에 뒤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서민 복지를 안 하나요? 그 분들에게 되묻고 싶구요. 최근 정부가 얼마나 서민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는지 되묻고 싶구요. 미국이 과연 복지만 하고 토목 사업은 안 하나요? 다리 보수,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얼마나 많이 내놨는데 그 분들은 한쪽면만 부각해서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생각하구요. 저희는 토목이지만 강을 되살리자는 녹색 뉴딜입니다. 그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하는 것과도 일치하지만 훨씬 어쩌면 우리가 더 녹색 쪽에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정부가 예상하는 4대강 정비 사업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19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GDP가 23조원 정도 늘어나게 됩니다. 이것은 1차적인 효과이고 다 정비되고 주변에 자전거 도로가 생기고 캠핑장이 생기면 지방 관광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또 한 가지 강이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강을 일상생활로 가깝게 다가오도록 하는 친수랄 까요? 정서적인 효과는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확실히 대운하를 안 한다고 못을 박지 않는지요?
“대통령께서 6월 하신 말씀에서 한 치도 변함이 없습니다. 국민들이 원치 않으면 하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입장에서 하나도 변함이 없는데 이렇게 묻고 저렇게 묻고, 질문에 따라 답이 조금 달라지면 ‘아 계획이 바뀌었나? 생각이 바뀌었나?’ 꼬투리 잡는데요. 우리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싶고, 그리고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랑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일을 하자, 부질없는 논쟁은 그만두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새해 예산안 통과를 두고 국회가 파행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대운하 예산' 논란을 불렀던 '4대강 정비사업' 관련 예산이 관건이었는데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죽은 강을 되살리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큰 강이 강 원래의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어요. 갈수기에는 바짝 말라 있고 수량을 저장하는 기능도 없고 그렇다고 수질이 맑은 것도 아니고 영산강과 낙동강 하류에 가보시면 그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실 것입니다. 수량 수질 관련 강의 원래 모습을 복원하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고, 부수효과로 각 지역을 고루 살리고 일자리도 만드는 것입니다. 죽은 강을 되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것을 합쳐서 ‘녹색 뉴딜’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발표한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분권을 확대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아니고 규제 합리화입니다. 지난 5년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간 기업이 1500-1600개 정도인데, 해외로 간 기업은 1만 7000개 가량 됩니다. 지방과 수도권 간의 U턴 현상, 빨대 현상을 걱정할게 아니라, 해외와 우리나라 사이의 원심력과 구심력에 대해서 걱정해야 합니다. ‘레고’라는 세계적인 완구 회사가 우리 수도권에 들어오려다 규제 때문에 못 들어오고 독일로 가 버리는 바람에 2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못하고 말았습니다. 수도권에서 공장이나 기업이 해외로 나가면 수도권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고 그 기업과 협력업체 관계에 있던 비수도권 업체도 손해 보고 망하게 됩니다.”
박수석은 지난 1년을“다사다난”이라 표현했다.“총선이 있었고 촛불집회가 있었고 사상 초유의 고유가 사태가 있었고 외국으로부터 쓰나미처럼 몰려온 금융 위기가 지금 실물로 전이되고 있어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현 난국을 타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 했다.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대운하관련 논쟁에는 여전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면서 “사람들이 대운하를 반대하는 이유는 혹시 대운하로 인해 현 정부가 대성공을 거두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박수석은 “현 정부에서 대운하를 착공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런 여론이 조성될 수는 있겠지만 현 정부와는 관련이 없는 일일 것이다”고 말했다
글=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영상=정영준 동아닷컴기자 yjjun@donga.com
백완종 동아닷컴기자 100p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