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선물한 목도리 두르고
‘욕쟁이 할머니’와도 반가운 포옹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1주년인 19일 하루를 근로자들과 함께 기업 현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일찍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안상수 인천시장 등의 안내로 인천항 5부두 자동차 선적 현장을 방문했다. 먼동이 터오는 가운데 김종태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부터 현황브리핑을 받은 뒤 현장을 둘러보며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일하던 한 근로자에게 “밥은 먹었느냐”고 물은 뒤 “아직 먹지 않았다”는 대답에 “시장하겠다. 식사부터 하시라”면서 “열심히 하고 내년 한 해만 더 참고 견뎌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인천항 터미널에서 근로자들과 아침식사를 한 뒤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고동색 잠바에 푸른색 목도리를 둘렀다. 이 목도리는 미국 시애틀에 살고 있는 교포 강보옥(83) 할머니가 “4일 이 대통령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무시래기를 파는 박부자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풀어 주었다는 신문을 보고 많이 울었다. 그날부터 직접 뜨개질을 했다”는 편지와 함께 우편으로 보내온 것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 1주년을 기념해 서울 김포공항 스카이시티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경제살리기 국민 한마음 희망대회’에 참석해 “지난 1년을 생각하면 할 말도 있지만 지금은 할 말을 다 할 때가 아니며,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회 말미에 국민의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온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68)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대선 광고에 출연했던 욕쟁이 할머니는 이 대통령의 손을 잡는 순간 눈물을 흘렸고, 이 대통령은 이 할머니를 안아주며 어깨를 토닥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이자 결혼 38주년 기념일이기도 한 이날 점심을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장미꽃 38송이가 담긴 꽃바구니를 선물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박희태 대표 “국민과의 약속위해 진군” ▼
한나라당은 대선 승리 1주년인 19일 ‘경제 살리기 국민 한마음 희망대회’라는 이름으로 자축행사를 가졌다. 이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 스카이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 전 대표 등 대선 승리의 주역들이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국회 파행 등의 어두운 사정을 감안한 듯 점심식사는 육개장이었고 ‘축배’는 따로 없었다.
박희태 대표는 “정권 교체와 국회 과반의석을 얻은 만큼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진군하자”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정세균 대표 “환골탈태 과연 했는지…” ▼
17대 대선 완패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19일 정세균 대표의 기자간담회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낮은 정당 지지율을 의식한 듯 무거운 표정으로 “그동안 환골탈태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과연 그랬는지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며 대선 패배 1주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현 정권이) 경제를 살리고 국가를 튼튼하게 하는 일보다는 국민을 감시하고 편 가르고 인권을 말살하는 행태를 보였는데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느냐”며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