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고흥길 문방위원장 “120건중 처리는 ‘0’ 국회 직무유기 상태”
○‘집시법’ 조진형 행안위원장 “컵 던지고 상처내면 전체회의 바로 상정”
○‘은행법’ 김영선 정무위원장 “민생법안들 산더미 쟁점은 나중에 처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상정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한 여야가 다음 주 쟁점 법안들의 소관 상임위 상정 문제를 놓고 또다시 험악한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맞선 상임위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신문법, 방송법)를 비롯해 행정안전위(집시법, 집단소송법), 정무위(은행법, 공정거래법) 등이다. 여기에 모든 법안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 또한 여야 의원들 간의 치열한 전투가 예정되는 곳으로 꼽힌다. 4개 상임위 중 법사위는 민주당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어 국회 본회의 상정에 앞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3곳은 모두 한나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말을 아꼈다. 유 위원장은 다만 “한나라당 쪽에서 야당을 달래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는 민생과 경제 관련 법안은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법안이라도 처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의장이나 한나라당 쪽에서 (FTA 비준동의안을) 무리하게 처리한 부분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문방위에 제출된 법안이 120건이 넘는데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처리를 안 한 게 말이 되느냐”며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으며 이후에는 여야 합의로 법안들을 상정해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행안위원장은 “8년 만에 국회로 돌아오니 정말 많이 변했다. 8년 전에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법안심사소위라도 열겠다고 하면 유리컵을 깨고 얼굴에 상처가 나는 일도 있는데, 행안위는 전체회의에 바로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하지만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생각은 없다. 나는 의원들이 흠집 나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절차대로 꼭 하겠다”면서 “계속 시도해보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민주당이 회의장을 점거한 데 대해 “왜 위원장이 자기 사무실에 못 들어가느냐”며 “주말에도 회의를 계속 시도하겠다. 민생과 경제 살리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과 은행법 등 쟁점법안 5개는 일단 빼고 민생과 직결된 대부업법 예금자보호법 같은 법안부터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 투입을 위한 법안을 전부 통과시켜 줬는데 어떻게 소수당이 몽땅 틀어막고 심의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