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협상제의 거부하고 상임위 점거 계속
민주당은 21일 한나라당의 대화 제의를 일축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 상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및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제출하는 등 전면전을 계속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가 25일까지 야당과 대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날 이후 날치기 하겠다는 최후통첩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한미 FTA 비준안 단독 상정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없이 어떤 대화에도 응할 수 없다”면서 “대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소위 ‘MB악법’을 강행 처리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위임장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명박 정권이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었다”면서 “민주당은 이 전쟁을 ‘이명박에 의한, 이명박을 위한, 이명박의 전쟁’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이날 오전 ‘한미 FTA 비준안 단독 상정·회부’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한나라당이 야당 소속 외교통상통일위원들의 회의 참석을 막고 안건을 상정해 소위원회에 회부한 것은 질의권과 법안심사권 등 국회의원의 입법 권한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무효화해 달라는 것.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권한쟁의심판 결정 선고가 날 때까지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해 비준안 상정·회부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한나라당이 유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사실상 승소한 바 있어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던 2000년 7월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몸싸움 끝에 ‘날치기’ 통과시키자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결정문은 한나라당이 선고 이틀 전 소를 취하해 선고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은 2001년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에 의해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헌재는 7 대 2로 ‘국회 운영위 소속의원들이 운영위원장을 상대로 한 권한침해 확인청구 및 무효 확인청구는 받아들일 수 있으며, 평결 결과 (날치기 통과는) 헌법상 다수결 원리를 위반하고 법률안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돼 무효’라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