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화시한’두고 연말 대공세 준비
한나라당이 주초부터 주요 법안 처리 일정에 들어간다는 당초 방침에서 한 발 후퇴해 ‘25일까지 야당과 대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전제로 반드시 통과시킬 법률안 30여 개를 추려내는 등 ‘대화정치’ 실패에 대비한 ‘연말 대공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와 이범래, 박준선 의원 등 율사 출신 원내대표단은 20일 국회에 모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미디어관계법 등 30여 개의 법률안을 추려냈다. 이들은 이 법안들이 당의 100개 중점 처리대상 법안 가운데서도 중요도가 우선하며, 언제든지 의장이 직권상정해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999년 김대중 정부가 147건의 법률을 직권상정해서 통과시켰는데 이후 위헌소송이 28건 제기됐다”며 “그런 일이 없도록 당내 전문가들이 법안의 허점이 없는지 점검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25일까지는 여야 합의를 추진하겠지만 성사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직권상정을 통해 연말까지 주요 법안을 통과시킬 준비를 마쳤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는 21일 추려낸 30여 개의 법률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박희태 대표가 발표를 보류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국민에게 여야 합의를 이루기 위해 여당이 더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25일까지는 여야 협의를 더 시도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미 쟁점 상임위들의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을 처리하려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야당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며 향후 강행처리 명분을 쌓겠다는 전략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25일까지 협의하겠다는 얘기는 그 이후엔 직권상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100개 법안에는 여야 간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이 대거 포함돼 있다. 100개 법안은 △경제 살리기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결 △서민생활 안정 및 중소기업 지원 △세출 △사회질서 확립 △지방발전 등과 관련된 법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진하던 불법 집단행위 집단소송법(일명 ‘떼법 방지법’)과 과거사위 통폐합법 등은 제외됐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