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급변사태 대비 ‘워게임’ 중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8분


“2012년 北 대규모 아사자 발생 → 난민, 중국行 러시 → 北군벌 발포 → 中 군대 동원령”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넘겨진 직후인 2012년 4월. 춘궁기를 견디지 못해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북한 난민들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오기 시작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서북지역을 장악해 온 △△군단의 군벌(軍閥) ○○○는 ‘대탈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는 결국 발포명령을 내리고 중국 국경수비대원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격분한 중국은 인민해방군의 동원령을 내리고….

지난주 미국의 한 싱크탱크가 비공개리에 진행한 한반도 ‘워게임’ 시나리오의 한 대목이다. 이 싱크탱크의 관계자는 “미 국방부 당국자도 참석했으며 워게임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confidential)”이라고 말했다.

앞서 4, 5일 워싱턴에서도 북한의 급변사태를 상정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벌어졌다. 국방문제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팀이 중심이 된 이번 워게임에서는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가 북한정부가 아닌 지역 군부지도자의 손에 들어간 상황을 상정해 미국 공군과 해군의 작전계획을 가상 시행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지난달 말 미국 평화연구소(USIP)와 외교정책분석협회(IFPA)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반도 가상시나리오 마련을 위한 비공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미국 내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워게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상정하는 상황은 △내전 발발로 인한 권력 공백 △대규모 탈북 사태 △대규모 자연재해에 따른 북한 당국의 통제력 상실 △핵·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통제불능 상황 등.

특히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연달아 흘러나온 것이 활발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 발생할 수 있는 국제적 위기상황에 대비해 10여 개의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급변사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넷 박사는 “불안 요소가 많은 북한의 붕괴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자는 뜻”이라며 “핵무기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거나 테러집단으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 미국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 계획을 세울 경우 한국과 미국, 일본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지만 관련 논의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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