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22일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비리 의혹 및 휴켐스 매각 비리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12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건평 씨는 정화삼(61) 광용(54) 씨 형제와 공모해 2006년 2월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64·수감중)에게 청탁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세종캐피탈 대표 홍기옥(59·구속) 씨로부터 29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또 2004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주)정원토건을 운영하면서 허위 세금계산서, 노무비 과대계상 등의 방법으로 부가세 등 세금 3억8000만원을 포탈하고 아들에게 회사 주식 1만주를 증여하면서 양도로 가장해 증여세 1억4000만원을 포탈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도 받고 있다.
특히 2004년 3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정원토건 자금 15억 원을 빼돌려 리얼아이디테크놀로지(옛 패스21) 주식 10억 원 상당을 차명으로 매수하고 나머지 5억 원은 토지를 차명 매수하는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씨 형제에 대해서는 노 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공범으로 보고 구속기소했다.
형 정화삼 씨는 홍 씨로부터 받은 세종캐피탈 자금 23억 원을 사위, 딸 등 가족계좌로 송금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해 사위 명의로 등기하는 등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에관한법률 위반)를 적용했다.
홍 씨에 대해서는 세종캐피탈 회장 김형진(50) 씨와 공모해 정대근 전 회장에게 5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구속 기소했으며, 김 회장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인 정 전 농협 회장과 남경우 전 농협사료 대표는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세종증권 인수 로비 과정에 공모, 개입한 대가로 5억 원을 챙긴 전 벤처기업 대표 박모(47) 씨와 포교원을 운영하는 오모(60·여) 씨는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연차 회장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 242억 원을 포탈하고, 세종증권 및 휴켐스 주식을 차명 거래해 294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고도 양도소득세 47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를 밝혀내고 특가법상 조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259억1652만원 상당의 세종증권 주식 매매 차익으로 2005년 1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휴켐스 주식 78만4051주를 62억5399만원에 샀고, 2006년 6월에는 사모펀드를 이용한 세종증권 주식 매매 차익으로 정산개발의 휴켐스 주식 인수 계약금 58억4435만 원을 지급하는 등 휴켐스 경영권 인수 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2006년 2월 중순 정 전 회장을 서울 모 호텔에서 만나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에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면서 20억원을 건네고 입찰정보를 건네받은 혐의도 밝혀냈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이 농협 측으로부터 미공개정보를 얻어 세종증권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2005년 1월 이후 세종증권 주식 거래 내역 전체를 확보해 혐의가 있는 계좌 210여 개를 집중 분석했지만 의심스러운 거래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노 씨가 박 회장에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동향을 알려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의 친형 등 최고 권력층이 개입되고 100억 원대의 금품로비가 벌어진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은 광범위한 차명계좌를 사용해 계좌추적을 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세종증권 매각 경위를 조사했지만 범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