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盧, 스스로 무장해재하고 역량부족해 실패”

유시민 전 장관
동아일보 자료사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참여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는데 그 원인은 역량부족과 현실적 제약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1일 경북대 ‘북현콜로키움’ 토론회에 참석해 ‘참여정부의 이념성향’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참여정부의 이념을 ‘사회자유주의’로 규정한 뒤 “사회자유주의를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했으며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북대 교수들과 학생들이 참석해 2시간여 진행됐다.(그의 발제는 한 참석자가 정리해 22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토론사이트인 ‘민주주의 2.0’에 공개하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참여정부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했다’는 진보세력의 비판은 정치적 동기를 가진 의도적 왜곡이고, ‘좌익포퓰리즘에 사로잡혀 성장을 도외시하고 분배에만 치중해 국가경제를 망쳤다’는 보수세력 비판은 정치적 비방이자 모략”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참여정부 실패의 원인을 세 가지 현실적 제약에서 찾았다. △한국경제의 내부구조 결함 △보수편향의 담론시장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이 그것이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의 주체적 역량으로는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에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 △정치세력 △정치적 기반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이 검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등 ‘재래식 살상무기’를 독립시켜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전쟁에 나섰다”며 “힘 대신 말을 사용해 야당과 보수언론과 전쟁을 벌였으나 정서적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참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 과반 의석을 가졌지만 사회자유주의 노선을 이해하는 세력은 여당 내에서도 매우 미약해 대통령은 결국 몇몇 국정과제위원회와 청와대 참모, 일부 장관, 관료들의 도움으로 정책을 만들고 추진했다” 며 “강한 정치세력 없이는 어떤 정부도 정책 지향성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참여정부가 시도했던 사회자유주의의 미래를 예측하며 “우리의 현실로 볼 때 어렵겠지만 기존 정당들의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독자적인 정당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 있다”고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다시는 사회자유주의 성향의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고, 배타적 지역기반을 가진 거대 정당들이 선거법을 개정해 연합정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 비슷한 길을 가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