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핵심관계자 “상정법안 최종리스트 점검중”
靑도 MB개혁 뒷받침 위해 金의장 설득작업
일각선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후폭풍 우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요 핵심 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까지 대화 시한이 남아 있긴 하지만 여야 협상을 통한 합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연내에 주요 ‘개혁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직권상정 수순 밟기=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23일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지도부의 결론”이라며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30일이 D데이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를 중심으로 직권상정 법안 리스트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나중에 헌법소원 등이 제기될 수 있어 법안 자체의 문제점과 절차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희태 대표에게 이미 30개 안팎의 직권상정 법안 리스트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안을 좀 더 압축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어 마지막 내부 조율 중에 있다고 한 당직자는 전했다. 이 당직자는 “지금은 여야 간 싸움이 아니라 김형오 국회의장을 누가 더 압박하느냐만 남았다”며 “한나라당이 이번에 양보를 해도 민주당이 나중에 협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지도부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탄절까지 휴전’을 제의한 한나라당은 여러 경로를 통해 민주당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민주당은 ‘위장 전술’이라며 거부했다.
민주당은 이날 내년 예산안 처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 상정에 대해 사과하라며 행정안전위와 정무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등 쟁점 상임위원회에서 점거 농성을 계속했다.
청와대도 김 의장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장은 의장직을 마친 뒤 당으로 돌아와 대표를 맡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청와대의 요구를 무작정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한나라당 지도부가 직권상정 카드를 뽑으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내년을 ‘이명박식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를 미리 받고, 신년 연설도 예년보다 보름 이상 앞당기는 등 내년 업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여당도 마냥 합의처리만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법안이 많지 않다는 내부 해석도 직권상정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원내대표단 소속의 한 의원은 “‘4대 보험 통합징수법’과 ‘토공·주공 통합법’ 정도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법안인데, 이 두 법안도 공기업 선진화라는 큰 틀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어 직권상정을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직권상정→국회 공전→여당 책임론→4월 재·보선 참패’라는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재·보선 예상 지역은 어차피 한나라당에 불리한 곳이라는 점에서 직권상정의 기회비용이 크지 않다는 게 직권상정 불가피론자들의 주장이다.
또 민주당이 국회를 떠나서는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재·보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3월경에는 국회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대한 역풍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경필 의원은 “경제 관련 법안만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는 여야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국정원법이나 집단소송법(떼법) 등 이념지향적인 법안을 우선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데다 어차피 직권상정의 후폭풍을 감수하기로 했다면 법안의 종류나 개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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