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원희룡 “시장직이 사유물인가…吳시장, 당내경선 거쳐야”

  • 입력 2008년 12월 24일 11시 20분


차기 후보군 거론 원희룡의원 “동지였던 당내 소장파와 교류 없어”

오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한나라당 후보군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미 재선 의지를 밝혔고, 자천 타천으로 3선의 원희룡, 권영세 의원과 재선의 나경원, 정두언, 진 영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오 시장을 비롯해 원희룡, 권영세, 정두언 의원 등은 당내 소장파 인사들의 모임인 미래연대 출신이다. 이들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개혁을 부르짖으며 오세훈 후보를 도와 한솥밥을 먹었으나 이제는 경쟁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23일 이들 서울시장 잠재 후보군 가운데 원희룡 의원을 만나봤다. 원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는 오세훈 후보 측의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원 의원은 세간에서 자신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본인은 아직 긍정도 부정도 아니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서 누군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야 하고 그게 만약에 자신이어야 된다고 한다면 거기에 대해선 마음의 준비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내 재선 의지를 밝힌 오 시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원 의원은 “오세훈 시장도 재선을 하더라도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이건 내 자리니까, 내가 한 번 더 할 거야’라며 직위를 사유물처럼 생각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때 한나라당 개혁파 동지로 지내던 이들의 사이가 멀어진 이유는 뭘까. 원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후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사실상의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서울시장은 행정가니까 당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 시장의 경우 탄생 자체가 당 내 개혁적인 소장파들의 집단적인 염원을 안고 된 것인데 당선된 후 그런 맥락에서의 교류나 의견 교환이 극히 부실했다. 아니 거의 없었습니다. 개혁파 의원뿐만 아니라 당내 동지들과 전반적으로 그런 부분이 소홀했어요. 그렇다 보니 오 시장의 당내 지지기반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오 시장도 뒤늦게 그런 면을 반성하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과연 완전히 만회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죠.”

오 시장의 서울시장 재도전 의사도 사전에 당내 의원들과 전혀 의논 없이 나온 것이라는 게 원 의원의 주장이다.

“당내 의원들 누구에게라도 한번 물어보십시오. 제가 아는 한 없습니다. 과거에 오세훈 시장을 추대하고 헌신적으로 지켜주던 사람들과 관계 회복을 하려면 지금도 동지이고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만약 본인이 개인에 불과하다면 (앞으로 서울시장 선거 경선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무한경쟁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 총선 당시 서울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뉴타운 공약’이 화두였다. 이후 오 시장은 뉴타운 추가 지정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고, 공약을 남발한 의원들은 당선 이후 검찰에 불려 다녔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전투를 하는데 아군이 뒤에서 총격을 가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서울 시장은 전체적인 측면에서 시정 계획을 짜다 보니 그럴 수는 없다.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정책 보다는 오 시장의 (칼 같은) 그런 반응에 의원들이 감정적으로 많이 속상했다”고 전했다.

원 의원에서 서울 지역구(양천 갑) 국회의원으로서 오 시장이 서울시를 잘 꾸려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나 디자인 서울을 앞세우시는 데, 주민들이 볼 때 덜 와 닿는 정책인 것 같습니다. 시급한 문제는 서울의 대중교통 문제, 재개발 문제, 뉴타운에서는 (누락된) 서울지역 기반 시설 부족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철도의 경우 민자 경전철로 돌려지면서 지하철 공사가 전임 이명박 시장 때 멈춰서 추가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과연 서울에 지하철을 그만 지어도 되는 것인가요? 오 시장이 다 잘못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무엇이 더 서울시민들에게 절실한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단기간의 성과만 중시 한다면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죠.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민들의 삶의 기반 조건을 개선 시켜주는 그런 우직한 시장을 보고 싶어요.”

요사이 국회는 예산안과 쟁점법안 통과 문제로 소란스러웠다. 여야가 한판 붙으면서 해머에 물대포가 등장하고 소화기를 뿌리는 장면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보도됐다. 해외에선 ‘한국식 싸움판 민주주의’라는 신조어도 등장했고, 국내에서도 의회 정치의 위기라는 비판이 고조됐다.

원 의원은 “힘으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고 하면 한나라당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국회의 갈등을 책임지고 풀어가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집권 여당에 있다는 말이었다. 따라서 여당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시급한 민생 법안은 이번 회기 내 처리를 하고, 이념적으로 큰 쟁점이 있는 법안은 나중으로 미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장 예산을 지출하는 데 따라가는 법, 고리대금 사채 이자율을 제한법, 재외동포들의 투표권을 주는 법안들은 다수결에 의해 통과시켜도 됩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법과 사이버모욕죄 관련법, 금산분리 완화 등 쟁점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해선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요. 경제 비상시국에 사회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원 의원은 최근에는 시사저널(1000호)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정치 분야 50세 미만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도 1위에도 올랐다.

원 의원은 “국민들이 왜 저를 지목했을까 생각해 봤는데, 차세대라는 것은 미래의 리더십이 될 수 있는 정치의 모습, 가치관, 진취적인 시대정신을 말하는 것 같다”면서 “과거와 쉽게 타협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격려와 채찍의 의미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희룡 의원을 둘러싼 논쟁 중에는 소신파냐, 아니면 인기 영합성 기회주의자냐는 것이 있다. 원 의원은 당내 주류와는 다른 발언을 했고 이 때문에 분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그의 인기는 높아만 갔다. 끝으로 원 의원에게 기회주의자라는 보수층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입장은 있을 수 없죠 저는 담담하게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입니다. 특히 보수적인 분들이 저더러 인기 얻으려고 튀는 발언을 한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보수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설득력 있어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 중산층이 진짜 좌파들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죠. 보수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 해야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권위주의적인 향수만 그리워해선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외면당하고 말 것입니다.”

글=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영상=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yjjun@donga.com

▶[블로그] 원희룡의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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