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49% 넘는 고리사채 내년 1월부터 합법화될 판
대기업에 납품단가 조정요구 하도급법 처리 진통
헌재서 “고쳐라” 결정한 신문법 등 개정 늦어질듯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여야가 협상 데드라인인 25일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함에 따라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중점 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극력 저지할 태세여서 자칫 국회 공전 기간만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계류 법안 중 상당수는 내년 예산 집행이나 민생과 직결돼 있어 여야 대립이 장기화되면 국정이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생·기업 관련 법안 표류=정부가 민생 안정과 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 가운데 상당수는 관련 법률이 통과돼야 집행될 수 있다.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은 대부업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을 연 49%로 묶어 놨다. 하지만 기한이 올해까지다.
이번에 법안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자율 제한 규정이 효력을 상실한다.
경제위기로 자금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대부업법마저 무력화되면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악덕 사채업자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도 있다. 연간 1000만 원에 이르는 대학등록금 부담을 낮춰 주는 법안도 표류될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는 내년에 국가 장학사업 유관기관을 한국장학재단으로 통폐합해 관리비용을 낮추고 장학금 혜택을 늘리는 내용의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을 제출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상당 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실물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도 시급하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야 합의로 법제사법위원회까지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쟁의 벽에 막혀 있다. 하도급 업체의 납품 단가 조정 요구를 대기업이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한 하도급법 개정안은 한나라당의 중점 처리 법안에서도 빠져 있다. 국회가 공전되면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풍이나 폭설 등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에만 국한된 농작물 재해보험 적용 대상을 병충해 등으로 확대하는 농작물재해보험법 개정안도 시급히 처리돼야 할 법안이다.
▽‘국정 아노미’ 우려=내년부터 새 예산이 집행되지만 정작 예산 부수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는 지방세법을 고쳐 올해 낸 재산세 중 일부를 내년에 환급해 줄 방침이다. 재산세 과세표준 적용률을 55%에서 50%로 낮추기로 했지만 세금 납부 시점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올해는 기존 세법에 맞춰 내고 내년에 초과 납부액을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총 855억 원의 초과 납부분을 되돌려 줄 근거가 없다.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R&D)에 1조6500억 원을 투입하는 에너지기본법, 근로자의 석면 피해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이번에 처리돼야 내년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정부는 또 내년 세입과 관련해 목적세를 정비하기 위해 농어촌특별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폐지키로 했다. 올해 안에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조세 체계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올해를 끝으로 법적 효력이 만료되는 일몰(日沒)법 연장도 상황이 다급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도로사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연말에 만료된다. 이번에 지방세법을 고치지 않으면 내년에 지자체가 8500억 원을 지원받을 법적인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연말까지 개정해야 하는 법도 많다. 국내에 살지 않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태아 성(性) 감별과 관련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의료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개정안도 이번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정부가 대입 전형 관리 업무를 대학교육협의회에 맡기기로 했지만 대교협이 결정한 사안을 위반한 대학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어 이를 보완한 것이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대입 관리에 공백이 생겨 큰 혼란이 초래된다는 게 교육과학기술부의 설명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