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는 인사 작업에서도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종 인사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을 제대로 추진할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청와대와 부처 모두 각종 인사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흘러나오는 탓에 뒤숭숭하다”면서 “다들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빨리 인사가 마무리돼야 제대로 일을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언제 사표를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의욕적으로 만들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현상 유지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정부 부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교안보 부처의 한 공무원은 “장차관 교체설이 나오고 1급들도 대폭 물갈이한다는 얘기가 있는 상황에서 윗사람 말에 ‘영(令)’이 제대로 서겠느냐”면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사가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속도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개각 등 이번에 있을 인사에서는 예상보다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각 부처의 인사는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코의 한 팀장은 “경제 관련 부처 장관이 개각 이후 우리 기업으로 온다는 얘기가 있어 직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는 개각을 앞두고 일부 부처 장관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사정기관장들에 대한 교체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미대사는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후임자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대통령비서관은 “이 대통령은 능력이 있으면서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선호한다”면서 “능력 없이 충성심만 강하거나 능력은 있는데 충성심이 없는 사람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