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처리 절박한 靑

  • 입력 2008년 12월 27일 03시 00분


“여야가 해결할 문제…나설 사안이 아니다”

겉으로는 한발 빼고 내심 與승부수 기대

청와대는 각종 개혁법안의 국회 처리가 민주당의 물리적 저지로 차질을 빚고 있는 데 대해 “법안 처리는 전적으로 국회가 해결해야 될 사안”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국회 파행의 근본 원인을 이명박 대통령의 개입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개입의 빌미를 줄 경우 오히려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 관계자는 26일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지켜볼 뿐”이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해결할 문제다. 청와대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라고 국회 상황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연내 개혁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될 경우 내년 국정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내 국회 처리에 ‘승부수’를 걸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주변에서 항시 대기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위로 내지 독려하는가 하면, 당 지도부에게는 법안 처리의 긴급성을 수시로 역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처리하기로 한 법안들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불가피한 것으로 반드시 연내에 처리돼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를 하겠다고 하니 현재로서는 한나라당만 믿고 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나라당의 ‘돌파력’과 ‘의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법안 처리가 민주당의 물리적 저지로 막힐 경우 한나라당도 물리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법안 처리가 절실하다는 청와대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내 처리가 끝내 무산될 경우 청와대는 예산 집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각종 세출법안과 긴급법안만이라도 연초에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안 처리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국민에게 알려 국회가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국민 여론전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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