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정례접촉 가장 많아… 김성환, 의전 비중 높아
측근 박형준 접촉시간 7위에 그쳤지만 빈도는 4위 올라
《“2, 3일 대통령을 안 만나면 ‘나만 모르는 게 있나’ 해서 조금씩 불안해진다. 그래서 더더욱 대통령 근처에 가려고 노력하게 된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얼마 전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비서로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간파해 이를 업무에 적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 같은 청와대 내부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 70일 동안 수석비서관 9명의 이명박 대통령 접촉 시간과 빈도 조사를 통해 이들과 대통령 간의 ‘정치적 거리’를 가늠해봤다. 이를 위해 대통령 일정을 △기념식 참석 등 ‘의전형 일정’ △긴급 대책회의 등 ‘특수목적 일정’ △수석비서관회의 등 ‘정례 일정’ 등 3가지로 나눠 유형별 접촉 실태를 파악했다.
물론 대통령과 수석비서관의 접촉은 비공식 면담이나 회의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그러나 정확한 참석자와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일정 참석자가 대체로 비공식 일정에도 참석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대통령과의 접촉 시간을 기준으로 수석비서관 9명을 △가 그룹: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박병원 경제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나 그룹: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맹형규 정무수석, 강윤구 사회정책수석비서관 △다 그룹: 박형준 홍보기획관, 정진곤 교육문화수석, 정동기 민정수석비서관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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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그룹(이동관 박병원 박재완)
이 대변인은 9명 중 가장 많은 하루 평균 1시간 34분간 대통령을 대면 접촉했다. 접촉 빈도도 매일 1회 이상 만나는 것을 1.0으로 봤을 때 0.48로 수석비서관 9명 중 가장 높았다.
접촉 시간을 일정 유형별로 봤을 때 의전 일정(하루 평균 27분)과 특수목적 일정(37.6분)에서 가장 많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례 일정(29.4분)은 두 번째였다.
특히 이 대변인은 특수목적 일정을 통한 대통령 접촉 시간이 의전, 정례 일정보다 많은 유일한 수석비서관이었다. 이 대변인이 참석한 특수목적 일정은 무역진흥확대회의, 중소기업현장대책회의 등이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의 경우 대통령을 수행하는 대변인의 직무 특성을 감안하면 빈번한 접촉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박병원 수석은 수석비서관 중 두 번째로 많은 하루 평균 1시간 대통령을 접촉했다. 접촉 빈도도 0.42로 두 번째였다.
박 수석의 경우 의전 일정은 하루 평균 6.4분으로 9명 중 4위를 기록했으나 특수목적 일정은 하루 평균 23.9분으로 이 대변인 다음으로 많았다.
이는 최근 경제위기로 이 대통령 주재의 각종 경제 관련 긴급대책회의가 수시로 소집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박 수석은 조사 기간 중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오찬, 국가원로 초청 오찬간담회 등 경제위기 타개 관련 회의에 자주 배석했다.
하루 평균 이 대통령을 47.2분간 접촉한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상대적으로 특수목적 일정보다는 정례 일정과 의전 일정에 자주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례 일정 참석 시간은 하루 평균 32.4분으로 수석비서관 중 가장 많았다.
이는 경제 현안뿐만 아니라 미디어 개편, 4대 강 살리기 등 정부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직무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접촉 빈도는 0.34로 역시 세 번째였다.
○ 나 그룹(김성환 맹형규 강윤구)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하루 평균 44.4분간 이 대통령을 대면 접촉해 네 번째로 접촉 시간이 많았다. 접촉 빈도는 0.31로 다섯 번째였다.
외교안보수석의 특성상 김 수석은 의전 일정 참석 시간(하루 평균 10.3분)의 비중이 높았다. 이 대변인에 이어 의전 일정이 두 번째로 많다. 주한 외교관 신임장 제정, 국제관함식, 한-투르크메니스탄 정상회담 등이 대표적인 일정이다.
그러나 특수목적 일정(7.7분)은 수석 9명 중 여섯 번째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맹형규 정무수석은 40.4분으로 접촉 시간은 다섯 번째였다. 그러나 수석비서관 중 최선임인 만큼 특수목적 일정(11.8분)은 세 번째로 많았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의 정례회동, 전국 경찰지휘관 초청 오찬 등 정무 행사에는 단골로 참석해 이 대통령을 보좌했다.
강윤규 사회정책수석의 하루 평균 접촉 시간은 40.2분으로 여섯 번째였다. 일정 유형별로도 고르게 참석했다.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 등 의전 일정에서는 수석 중 다섯 번째로 많은 대통령 접촉 시간을 기록했다.
○ 다 그룹(박형준 정진곤 정동기)
이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이번 조사 결과 의외로 접촉 시간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9명 중 일곱 번째인 하루 평균 38.3분으로 수석 평균보다 9분가량 적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비서관 중 유일하게 사무실이 청와대 경내 바깥에 있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만남의 질(質)’은 사뭇 달랐다. 대통령 접촉 빈도는 0.32로 전체에서 네 번째였고, 특수목적 일정(9.6분) 때 대통령 접촉 시간도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곤 교육문화수석은 36.6분으로 일곱 번째의 평균 접촉 시간을 보였다. 일정 유형별로는 정례 일정에 자주 참석해 대통령을 접촉했는데 28.1분으로 수석 9명 중 네 번째였다.
정동기 민정수석은 접촉 시간과 빈도 모든 항목에서 최하위였다. 그러나 공직 기강과 사정(司正) 업무를 관장하는 만큼 민정수석은 겉으로 드러난 대통령 접촉으로 정치적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동선 하루평균 13분 ‘비서관중 최다’
황준기 11분 - 김동연 8분 - 김재신 7분▼
■ 수행비서外비서관 39명은 얼마나…
수석비서관은 아니지만 활발하게 각종 일정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을 접촉하는 비서관도 있다.
직무 특성상 각종 회의에 배석하거나 대통령을 수행하는 김희중 제1부속실장, 정인철 기획관리, 정용화 연설기록, 김창범 의전비서관 등 4명을 제외한 비서관 39명의 대통령 접촉 시간과 빈도를 조사한 결과, 조사 기간 중 김동선 지식경제비서관이 가장 많은 시간 이 대통령을 만났다.
김 비서관은 하루 평균 13.8분가량 이 대통령을 만났다. 대선 1주년인 12월 19일 오전 인천항 방문 일정에도 3시간가량 줄곧 이 대통령과 함께했다.
이어 황준기 행정자치비서관이 두 번째로 많은 하루 평균 11.1분가량 이 대통령을 접촉했다. 황 비서관은 직무 특성상 새마을대회 등 주로 의전 일정에 참석했지만, 국가경쟁력강화회의 등 정례 일정에도 참석했다.
김동연 경제금융비서관도 하루 평균 8.6분가량 이 대통령을 접촉해 비서관 중 세 번째를 기록했다. 특히 2009년도 경제운용방향 점검회의,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들의 내년도 업무보고 등 경제 관련 특수목적 일정에 수시로 참석했다.
그 다음에는 김재신 외교비서관과 노연홍 보건복지비서관이 각각 하루 평균 7.8분, 6.1분을 접촉해 4, 5번째를 기록했다. 외교관 출신인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외빈 접견에 대부분 배석해 이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 밖에 김해수 정무,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의 정례 회동에 참석했고, 김상협 미래비전비서관도 세계지도자포럼 만찬 등의 일정에 참석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