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 없다던 巨與 ‘농성의 벽’에 무릎 꿇나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답답한 金의장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29일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1일까지 민생법안 본회의 처리’ 등의 절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답답한 金의장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29일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1일까지 민생법안 본회의 처리’ 등의 절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굳은 얼굴의 3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운데)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왼쪽), 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11시 10분 법안 처리 협상을 중단하고 회의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여야는 30일 오전 10시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전영한  기자
굳은 얼굴의 3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운데)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왼쪽), 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11시 10분 법안 처리 협상을 중단하고 회의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여야는 30일 오전 10시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전영한 기자
■ 연내처리 호언 홍준표, 黨최고회의서 양보안 언급

“한미FTA 비준안-미디어관계법 미루면 어떠냐”

일부 최고위원 “받아들일 수 없다” 강하게 반발

3당 원내대표 두차례 회동 아무 성과없이 끝나

김형오 국회의장은 29일 부산에서 국회 파행 사태와 관련한 중재안을 내놓았다. 여야 3개 원내교섭단체 대표들도 두 차례 회동해 법안 처리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오전 국회의장 중재안=이날 오전 국회의 관심은 부산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 의장의 ‘입’에 모아졌다.

오전 10시 반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온 김 의장이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한나라당의 연내 직권상정 요구는 거부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해 이날 밤 12시까지 본회의장 점거를 풀지 않으면 질서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문일답 과정에서 그는 미디어 관계법에 대한 견해를 묻자 목소리를 높여 자신을 ‘언론 5적’으로 규정한 언론노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장의 기자회견은 여야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는 제안이었다. 각 당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장이 이런 판국에 자신의 지역구에서 회견을 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 의장 측은 “서울에 있으면 여야의 압박이 심해 공정하게 생각하기 위해 내려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오후 1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가 만났다. 이 회동에선 합의문이 채택됐다. 큰 틀에서 전날 자유선진당의 중재안과 비슷하지만 민주당 주장을 받아들여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은 이번 임시국회 중 직권상정 방침을 철회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이 합의문을 들고 오후 2시 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를 찾아갔다. 홍 원내대표는 “연내에 처리하려는 법안 중 일부를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고 오후 5시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때만 해도 여야가 뭔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오후 4시 반 열린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원내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1월 중 처리하면 된다. 미디어 관계법은 4월까지, 시급하지 않은 경제법안은 2월까지 처리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결국 홍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회담에서 “85개 법안 중 사회개혁법안을 뺀 72개를 연내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고 1차 회담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오후 9시에도 원내대표 회담이 열렸지만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고, 오후 11시 10분경 30일 오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30일 이후 전망=김 의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 상임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해산시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 의장은 “30일 이후 국회의 모든 회의장과 사무실이 누구에 의해서도 점거, 파괴당하지 않도록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 협상을 30일에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당장 의장이 경호권이나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30일 협상이 무산되고 민주당이 계속 점거할 경우 이르면 31일 발동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장은 국회법 144조에 따라 경찰의 파견 협조를 받아 국회 본청 건물 밖 경호를 할 수 있다. 국회 경위 67명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원을 한 명씩 데려나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 회의장이나 의장 집무실을 점거하는 것은 의회의 기본질서를 마비시키는 악습”이라며 “여야를 떠나 누구도 본회의장을 점거할 수 없으며 의원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는 30일부터 외부인의 본청 출입을 제한하고 대규모 인원이 본청 주변에 모여 있을 경우 해산 경고방송을 할 예정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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