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공공기관의 조직(혁신)에 대한 결심이 서야 하고 그렇게 할 자신이 없는 사람(기관장)은 그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핵심 공기업을 포함한 34개 주요 공공기관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공기관을 적당하게 (개혁)해서는 안 된다. 그 점은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이 공기업으로부터 직접 새해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비전문적이고 안일하며 방만한 경영을 해서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가장 개혁해야 할 곳이 공공기관”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개혁을 위한 역할을 맡기가 힘들고 복잡한 조직을 아무리 (개혁)하려고 해도 힘들겠다면 (기관장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전보다 좀 낫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는 될 수 없으며 공공기관장이 조직과 인원 관리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꿔 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과거에 보면 공공기관장이 노조와 (결탁해) 아주 방만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조직을 만든 예가 있다”며 “(공공기관) 노조는 민간조직이 아니라 정부 조직이며 기관장이 노조와 잘 지내면 임기를 채운다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공기관을 포함해) 공직사회의 부정과 비리는 엄격하게 다뤄질 것이며 적당히 덮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공공기관에 대한 추가 사정(司正)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전 주공 등 25개 공공기관은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내년에 올해보다 9조 원 많은 57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