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 동안에 많은 사자성어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경제위기를 반영한 사자성어가 특히 많았으며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실세의 이름이나 지위를 빗대 일부 글자를 변형한 신조 사자성어가 회자됐다.
▽얼어붙은 경기 반영=취업포털 커리어가 12월 직장인 15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직장생활을 축약한 사자성어 1위로는 ‘은인자중(隱忍自重·마음속의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몸가짐을 조심한다)’이 꼽혔다. 구조조정의 칼날이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직장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겠다는 마음을 나타낸 것.
구직자 89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난중지난(難中之難·어려운 일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1위로 꼽혀 취업이 얼마나 힘든지 절감하게 했다.
급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근심지무(根深枝茂·뿌리가 깊으면 가지가 무성하다)’를 올해 경영화두로 강조했다.
파생상품의 부실 사태 때문에 규제완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던 10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IB포럼 국제콘퍼런스에서 ‘상궁지조(傷弓之鳥·화살을 맞은 새가 나뭇가지를 보고 두려워 피하는 것은 어리석다)’라는 말을 꺼냈다.
김 원장은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파생상품의 부실을 초래한 것을 보고 규제완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달군 변형 성어=정치권에서는 본래의 한자를 일부 변형한 ‘만수무강(萬洙無疆)’과 ‘만사형통(萬事兄通)’이 회자됐다.
퇴진 압력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을 넣어 만든 만수무강(萬洙無疆·원래는 萬壽無疆)이라는 신조어가 관가에 떠돌았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는 뜻의 萬事亨通에서 변형된 萬事兄通은 국정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이뤄진다는 뜻이다.
문희상 국회부의장이 이 대통령에게 조언한 ‘무신불립(無信不立)’도 눈길을 끌었다. 문 부의장은 9월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무신불립을 절감했다. 국민 신뢰를 잃으면 백약이 무효더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통민봉관(通民封官)’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북한이 한국 당국을 제치고 민간과만 대화한다는 뜻으로 동아일보가 5월 처음 사용한 뒤 많이 알려졌다.
한편 일본한자검정능력협회는 올해를 대표하는 한자에 ’변(變)’을 선정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임기 1년을 못 채우고 물러나는 등 잦은 지도자 교체와 주가 폭락 등 세계경제 급변이 선정 이유다.
중국에서는 요절한다는 뜻의 ‘상(상)’자가 꼽혔다.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시사지 궈지셴취다오(國際先驅導)보가 25일 누리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쓰촨 대지진, 멜라민 분유 등으로 올해 유난히 젊은 나이에 죽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편집국 종합
정리=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