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복지 “쇠고기 파동때 우울증 걸릴 뻔했다”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2008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은 차례차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다양한 소회를 밝혔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과거에는 정상이 외국에 나가면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대외관계 일을 잘해 자랑스럽고 나라로서도 복된 일”이라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경제위기를 맞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재정을 지출한 것을 두고 “과거 왕조시대에 호조판서를 포함해 역대 모든 재무 책임자 가운데 제가 가장 많은 돈을 써 본 사람일 것이다. 원 없이 돈을 써 봤다”고 말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제가) 유일하게 상대가 없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은 바람직한 것이었다”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고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60년 역사의 침전물을 극복한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오랫동안 교수생활을 하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습관이었는데 아침회의와 조찬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해 아직도 잠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차의 최대 위기였던 쇠고기 파동에 대한 소회도 많았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쇠고기 파동 때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고 말했고,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역시 신뢰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밝혔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촛불시위 때 한 100여 일간 동분서주했는데 그래도 잘 극복이 됐다”고 자평했다.
새해 자세와 희망을 피력한 국무위원들도 있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해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말고 힘이 되는 각료가 되자”고 했고,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우리가 중심을 잡고 과거의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아가면서 사태를 예견해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미국 월가의 황소상을 빗대어 “내년은 소해 기축년(己丑年)으로 영어로는 불(Bull)이니까 (주식)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우리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대응하면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쉬움도 토로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여러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고,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아직도 우리 새 정부의 정책을 이념화 정치화해서 갈등을 부추기는 현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한 뒤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소심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담대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