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국회… 국회경비대 경찰들 본청 에워싸

  • 입력 2008년 12월 31일 03시 03분


등산밧줄 차고 충돌대비닷새째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해 온 민주당 의원들이 30일 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결렬되고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되자 허리에 쇠고리와 등산용 밧줄을 찬 채 이동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등산밧줄 차고 충돌대비
닷새째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해 온 민주당 의원들이 30일 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결렬되고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되자 허리에 쇠고리와 등산용 밧줄을 찬 채 이동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金의장 질서유지권 발동…

민주, 서로 몸묶는‘인간사슬’준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최종 담판이 결렬된 30일 오후 8시 40분.

김형오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들은 본청 주변을 에워쌌고 국회 경위와 방호원들도 전원 비상 대기했다. 국회 본청은 국회의원과 본청 관계자, 출입기자를 제외한 외부 인사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또 국회 밖에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 1000여 명이 배치돼 외부인의 국회 출입을 막았다.

이에 맞춰 국회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진을 치고 있던 민주당 당직자들과 의원 보좌진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혹시 몸싸움 과정에서 깨진 유리조각이 튀지 않도록 출입문 유리에 테이프를 겹겹이 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도 속속 로텐더홀로 집결했다.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오후 9시 긴급 의총을 열고 총력 저지를 다짐했다.

오후 10시 민주당은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속기사 출입구를 개방했다.

국회 경위들이 본회의장에 진입해 농성 중인 의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강제로 끌어낼 경우 그 장면을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본회의장 내부는 폭풍전야의 기운이 감돌았다.

일부 의원은 등산용 자일을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국회 경위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진입할 경우 의장석 주변에서 서로의 몸을 자일로 연결한 ‘인간 사슬’을 만들어 저항하기 위해서다. 자일을 잡은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목장갑도 마련했다.

민주당은 몇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토대로 행동지침을 마련했으며 각각의 경우에 따라 실전연습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은 오후 9시 반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폭력적인 국회 점거를 해소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과 보좌진들에게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국회에서 대기하라고 당부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서로 멱살잡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렇지만 폭력을 제거하기 위한 최소한의 힘의 행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이 언제 질서유지권의 다음 단계인 경호권까지 발동할지는 확실치 않다.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선 로텐더홀에 있는 보좌진과 당직자들을 먼저 해산시켜 본회의장 안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은 외부와 고립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에 마지막 대화를 시도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경호권을 발동해 민주당 의원들을 강제 해산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경위가 60여 명밖에 안 돼 서둘러 해산 작전에 들어갔다간 대규모 물리적 충돌 와중에 자칫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당장 내일(31일) 새벽에는 농성 해산 시도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해산 시도를 하게 되면 떳떳하게 최후통첩을 보낸 뒤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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