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요구 85건 법안중 72건 일괄처리 가능성
4월에 재보선 앞두고 당분간 경색 불가피할 듯
30일 밤 임시국회 법안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김형오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국회 점거 농성을 강제 해산하기 위한 전 단계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함에 따라 2주 동안 계속돼 온 국회 파행 사태는 중대 고비를 맞았다.
이제 관심은 김 의장이 언제 경호권을 발동해 본회의장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을 해산시키느냐이다. 또 쟁점 법안들을 언제, 그리고 어느 정도 범위에서 직권상정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강제 해산은 언제?=김 의장이 민주당에 30일 0시까지 본회의장을 비우라고 얘기한 만큼 경호권 발동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제 김 의장의 결심에 따라 직권상정은 시간문제가 됐다.
김 의장은 민주당의 본회의장 및 의장 집무실 무단 점거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말인 31일 또는 새해 벽두에 국회 경위들을 본회의장에 투입해 ‘인간 사슬’을 만들어 저항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기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은 30일 협상 결렬 직후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정당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따라서 의장이 민주당의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의장실 측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있다. 해산 시기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8일이 되기 전까지 어느 날이든 선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권상정은?=정치권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대상 법안의 범위와 직권상정 ‘디데이(D-day)’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의장은 여야 협상이 완전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한나라당이 ‘중점 처리법안’으로 선정한 85건 중 과연 몇 개를 직권상정할지를 두고 계속 고심해 왔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중점 처리법안 85건 중 사회개혁법안 13건을 제외한 72건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 의장은 당초 72건에서 논란의 여지가 큰 일부 법안을 뺀 60여 건 정도를 직권 상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72건 모두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직권상정 디데이를 언제로 잡을지는 아직 관측하기 어렵다.
이것은 전적으로 김 의장의 판단에 달려 있어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후 정국은?=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처리가 끝나면 정국은 당분간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재·보선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하는 3월 초까지는 여야 간에 어떤 형태의 대화도 자취를 감추고 국민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선전전만 벌어질 수도 있다.
우선 민주당은 여당의 ‘날치기 처리’와 법안 내용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며 대규모 장외투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이 일으킨 추악한 전쟁에 대해 결사항전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금융위기 극복과 이명박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위한 법안 처리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호소하며 야당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경제위기로 나라 전체가 위험에 빠져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불법 폭력을 제거하기 위한 최소한의 희생을 각오하고 있다”며 “국민이 한나라당의 고뇌와 결단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