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뭘 줘야 한다는 생각 버려라”
통일, 국군포로-납북자 송환과 경제협력사업 연계 검토
외교, 주요국과 동시다발로 FTA 추진… 보호무역 돌파
국방, 中企 병역특례 2074명 확대… 예산 7조 조기집행
통일부가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해 업무보고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했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를 받았다.
이날 통일부는 기존 상생·공영 대북정책의 기조 위에서 남북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4대 추진과제를 보고했다. 특히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대화 재개를 목표로 했다가 대화 재개가 안 되면 (북한에) 주고 또 주고 하는 패턴으로 가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는 남북관계를 올바른 궤도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통일부와 합동 보고를 한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는 고유 업무와 함께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새해 중요 과제로 보고했다.
▽통일부 보고와 대통령의 질타=통일부는 이날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시작되면 논의할 수 있는 경제협력사업으로 개성공단사업 활성화, 농수산 협력, 북한 단천 지역의 광산 개발 등 자원 협력, 철도 및 고속도로 개보수, 러시아 등과의 가스관 연결 사업 등을 제시했다.
또 식량과 비료 지원 의지를 천명하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군포로 등의 송환과 경제협력사업을 연계하는 독일식 ‘정치범 거래’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더는 무엇을 북한에 줘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대북관계를 종래 해오던 방식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목표가 되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는 지난 1년간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는 조정기를 보냈고 일관성과 원칙을 갖고 의연히 대처해 왔다”며 “어설프게 시작해 돌이키기 힘들게 만드는 것보다는, 어렵지만 제대로 시작해 튼튼한 남북관계를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의 대화 의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이 없다”면서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성숙한 세계국가’ 구현=외교부는 ‘경제 살리기 외교’를 위해 세계 주요국과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FTA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마무리 단계에 있는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을 3월까지 타결해 2010년 1월 1일 발효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 안에 미국 의회의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보고했다.
외교부는 또 세계 13위권인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400명 수준(세계 30위권)인 유엔 평화유지군(PKF) 파병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공적개발원조(ODA)를 2012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0.15%, 2015년 0.25%로 높여갈 계획이다.
▽국방력 강화와 내수 진작 병행=국방부도 올해부터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산업기능요원(1800명)과 전문연구요원(274명) 등 병역특례요원을 지난해보다 2074명 늘려 배정하기로 했다.
또 특성화 전문계 고교 졸업자가 기업체에 취업한 뒤 군 복무로 근무경력이 단절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10년부터 24세까지 입영을 연기하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방위산업 수출이 올해에는 12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방연구개발사업에 국내 기업의 참여비율을 50%에서 60%로 높여 신규 중소업체 등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방산육성자금 지원 대상을 일반업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또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되는 국방중점관리사업 예산 11조9000억 원 가운데 7조2000억 원(60%)을 내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