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준하는 경제상황에 신속한 의사결정 가능
청와대가 2일 설립 방침을 밝힌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경제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판 워 룸(War Room)’의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워 룸’이란 전쟁 같은 국가적 비상 상황을 맞아 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신속히 사태를 파악하고 적시에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구성하는 조직.
이와 관련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부딪치는 경제적 어려움이 전대미문의 난국, 심하게 이야기하면 전시(戰時)에 준하는 비상 경제상황이라고 볼 때 좀 더 신속하고 과단성 있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비상경제대책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정부 측 인사 외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 3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정부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각각 장관급 회의인 ‘경제금융대책회의’(옛 ‘거시경제정책협의회’, 일명 ‘서별관 회의’를 확대 개편한 것)와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별도로 ‘워 룸’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워 룸이란 용어가 경제위기를 기정사실화해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도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려면 정부 차원의 통일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끊이지 않자 워 룸 설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1987년 10월 19일 주가가 대폭락하는 ‘블랙 먼데이’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재무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대통령 금융시장 실무그룹’을 설치한 바 있다. 일본도 총리 자문기구로 ‘금융위기대응회의’를 두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9월 미국계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