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까지 처리 법안 ‘0’… “안되면 말고” 미봉책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 ‘假합의안’ 7개항에 담긴 여야 전략과 고민

與는 처리-野는 협의에 큰 의미

野는 합의에 與는 노력에 무게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창조의 모임 권선택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쟁점법안 등의 처리에 관해 작성한 7개 항의 가(假)합의문은 여야가 현 상황 타개를 위해 일단 수용 가능한 표현으로 타협점을 찾았음을 보여 준다.

1월 1일로 서명 예정 날짜까지 명시한 것을 보면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곧바로 협상을 타결짓겠다는 원내 지도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얼버무리기 식 합의는 향후 심각한 해석의 차이를 낳아 또 다른 대치국면을 낳을 소지가 다분하다.

동아일보가 2일 입수한 ‘국회 정상화를 위한 교섭단체 합의문’에 따르면 양당은 그간 첨예하게 대치해온 미디어 관계 법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을 모두 2월까지 협의 또는 합의처리 하거나, 최소한 상정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법안은 없고, 상정되는 법안 역시 출자총액제한제 관련 법안이 유일하다. 처리시한을 2월로 못 박은 법안도 FTA 비준안과 출총제 법안, 양당이 제안 또는 추진 중인 기타 법안에 불과하다. 금산분리 법안은 2월 상정만 합의했을 뿐 처리시한이 없다.

여야의 견해차에 따라 법안 처리 방법도 ‘합의처리’ 또는 ‘협의처리’로 갈렸다.

FTA 비준동의안과 출총제 법안 등은 협의처리 하기로 했다. 협의처리는 합의처리와는 달리 강제력이 없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쟁점 법안 중 하나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증과 논의를 거쳐’라는 말이 ‘협의처리’ 앞에 추가됐다. 민주당은 ‘심도 있는 검증과 논의를 거쳐’라는 대목에, 한나라당은 ‘협의처리’에 의미를 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반면 금산분리 완화 법안과 미디어 관계법, 사회개혁관련 법안 등 3개 법안은 합의처리 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합의처리가 안 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둔 미봉책인 셈이다.

특히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하고, 여야가 조속한 시일 내에 합의처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로 표현한 미디어 관계법안은 더 큰 논란이 될 수 있다.

합의문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쟁점 법안의 처리 일정은 출총제 법안(2월 협의처리)→한미 FTA 비준동의안(심도 있는 검증과 논의 거쳐 2월 협의처리)→미디어 관계법안(2월 상정, 조속한 합의처리 노력)→금산분리 완화 및 사회개혁 법안(2월 상정, 합의처리 노력) 등의 순이다.

이처럼 합의문 조항마다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은 탓에 양당 지도부도 이를 수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와 이명박 정부의 경제개혁 중점사안인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의 처리를 뒤로 미룬 것을 성토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이 조항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도 원내 지도부는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법안 처리를 일단 2월로 명기했다는 점에서 통 큰 양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당내 강경파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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