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그제 KBS 인터뷰에서 “4대 강 정비사업은 강을 강답게 살리자는 프로젝트로 물류(物流)가 목적인 대운하와는 다르다”며 “국민이 원치 않으면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4대 강 정비가 대운하의 기초 작업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소모적 논란을 피하려면 MB(이명박) 정부가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깨끗하게 버리고, 4대 강 정비사업도 치수(治水), 즉 수자원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4대 江물, 엄청난 자원이다
우리나라의 면적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국민 1인당 연 강수총량은 2591m³로 세계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연 강우량의 85%가 6∼9월에 쏟아진다. 국토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으로 하천의 경사가 급해 여름철 한강 상류에 쏟아진 빗물은 14∼19시간이면 서해로 빠져나간다. 사계절의 수량이 비슷한 프랑스 센 강, 독일 라인 강과 달리 낙동강이나 영산강은 여름에는 홍수가 나고 갈수기(渴水期)에는 강물이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낸다.
북한강계 화천댐에서 물을 1억 t 방류하면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을 거쳐 팔당댐까지 50억 원어치의 전력을 생산하고 수도권 주민의 생활용수로 활용된다. 그러나 남한강계는 충주댐에서 물을 방류하면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고 서해에 다다른다. 한강 수계에서 최근 10년간 쓸모없이 서해로 방류된 물이 한국에서 가장 큰 충주댐 저수량의 4배에 이른다(한국수력원자력㈜ 전 경영관리본부장 윤종근 ‘수도권과 지방이 공생 발전하는 4대 강 정비 추진방안’ 참고).
물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경제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 부족’ 국가를 면하려면 여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받아두는 그릇이 많이 필요하다. 4대 강 본류와 지류 일대에 댐 저수지 수중보를 설치하면 귀한 물을 서해바다에 쓸어 넣는 자원 낭비를 피할 수 있다.
황의철 ㈜종선이앤씨 대표는 “대운하를 포기해도 4대 강의 물길을 잇는 사업은 해볼 만하다. 집중호우가 내린 강의 물을 가뭄이 든 강으로 흘려보내면 수질을 개선하고 용수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하류에서 취수하는 부산시는 갈수기마다 원수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의 토목기술 수준이면 한강 물을 낙동강으로 보내거나 거꾸로 낙동강 물을 한강으로 보내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물길 잇기는 대운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동아건설이 시행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떠올리면 된다.
지금도 수도권 서쪽에 생기는 신도시들은 물 부족을 겪는다. 팔당호의 물 부족에 대비해 동강댐을 추진하다가 김대중 정부 때 환경단체와 주민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수도권의 상수원인 팔당호는 축산하수와 생활폐수가 날로 늘어 수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주명건 세종연구원 원장은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을 저수량이 풍부한 소양호나 충주호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허드슨 강에서 취수하지 않고 19개 저수지에서 도수관로를 통해 물을 공급받는다. 캣스킬 산맥에 있는 저수지들은 뉴욕에서 120∼161km나 떨어져 있다. 소양호는 팔당댐에서 직선거리로 67km밖에 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도 다뉴브 강에서 취수를 하다 120km가량 떨어진 알프스 산맥의 저수지로 취수원을 옮겼다.
물 관리에만 성공해도 큰 치적
수도권의 취수원을 소양호와 충주호로 옮기면 경관이 빼어난 팔당호 주변을 관광 및 주택단지로 개발할 수도 있다. 팔당호 주변은 작년 12월부터 전철이 연장 개통돼 용산역에서 50분이면 닿는다. 팔당호 일대에 지원하는 수도권 주민의 물이용 부담금을 소양호와 충주호 지역으로 돌린다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공약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은 자원이고 전력이고 돈이다. 물은 삶의 질이고 환경이다.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확보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MB 정부가 4대 강을 잘 정비해 물 관리에 성공한 정부라는 말만 들어도 후세에 치적으로 남을 것이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