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각종 법안의 국회 처리 여부가 갈수록 불확실해지면서 청와대는 ‘정책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부터 준비해 온 각종 경제회생 등의 정책이 초반부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올 상반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로 예상되는데 이 시기에 제때 정책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서 “1월부터 시행에 옮기려 했던 일부 정책은 집행 스케줄이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무수석실 관계자는 “각종 법안 처리가 2월 임시국회로 늦춰질 경우 1월로 예정했던 서민과 중소기업인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 집행을 3월 이후로 늦출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이럴 경우 2, 3개월 동안 서민과 중소기업인은 정부가 마련한 정책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서민과 중소기업인의 돈줄이 상당 기간 막히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홍보기획관실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본 확충을 할 수 있는 근거법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도 당분간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선진화, 규제 완화 등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의 일정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당초 통합의 근거 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될 것을 전제로 올 1월 ‘통합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반기에 통합 작업을 완료한다는 일정을 짰다.
국정기획수석실 관계자는 “주공과 토공의 통합이 늦춰질 경우 새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전체의 동력과 신뢰도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민들은 고리의 사채이자에 시달릴 수 있다.
대부업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을 연 49%로 제한했던 대부업법 관련 조항이 지난해 말로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관련 조항을 2013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기간 서민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이 개정안에는 야간에 추심을 못하도록 한 규정도 들어 있어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을 경우 서민들은 한동안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규제 완화 정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례로 정부는 외국인 환자를 우리나라에 유치하기 위해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탓에 ‘메디컬 투어(의료 관광)’ 계획도 수정돼야 할 상황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