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지도부 비판… 친이-친박 갈등 수면위로

  • 입력 2009년 1월 7일 02시 59분


친이 “고비때 野편들어” 친박 “존재감 부각됐다”

靑과 다른 목소리… ‘화합형 개각’ 구상에 변수

전여옥 “한나라당 위기는 내부 분열이 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5일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점은 굉장히 안타깝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한 뒤 6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이 타결되자 친박 진영은 고무된 표정이다.

여야가 대화로 합의에 이른 것이 박 전 대표의 전날 발언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친박 쪽의 평가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박 전 대표 발언이 협상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기보다는 이번 회기 중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박 전 대표가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하고 있는 친박의 존재감을 부각했다는 자평도 나온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구체화하는 법안을 이번 회기에 처리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려고 했던 친이 측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협상의 고비에서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해 협상의 무게 추를 옮겨놨다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을 불법으로 점거해 농성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여당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이명박 정부의 개혁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당내 친이-친박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전여옥 의원은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금 한나라당의 위기는 내부 분열이 그 원인”이라며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은 172석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국민의 시선”이라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처럼 한나라당이 물과 기름 같은 ‘친이와 친박의 모임’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조만간 있을 개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친박 의원 일부를 내각에 포진시켜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화합형 개각’ 주장은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동아닷컴 신세기,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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