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권력층 ‘장성택 독주’ 암투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7일 03시 00분



김정일 와병설 이후 사실상 위임통치

경쟁자들 “너무 많은 권한 행사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63·사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권력이 강화된 탓에 북한의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지난해 8월 이후 장 부장이 사실상 ‘위임통치’를 하면서 월권(越權)하는 것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후계 문제를 둘러싼 지배 엘리트 내부의 암투 조짐으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전문가인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6일 “김 위원장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장 부장이 김 위원장의 장남인 정남(38) 씨와 손잡고 모든 것을 통치하는 구조가 됐고 이에 대한 내부 반발이 커지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당 행정부장의 고유 업무인 국가보위와 검열 업무를 넘어 김일성 주석 출생 100주년(2012년)을 앞두고 평양 시내 재건축 사업과 당 내부 인사까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쟁자들 사이에서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장 부장은 또 인민군 차수인 형 장성우(76)를 통해 군부의 지원도 얻고 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그는 2005년 하반기 이후 북한 지도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 사상과 시장 통제 등 내부 단속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2001년부터 단행했던 제한적인 개혁 개방정책을 2005년 하반기부터 후퇴시키는 등 보수적 정책으로 돌아선 것은 2004년 좌천됐던 장 부장이 현직에 복귀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전문 인터넷신문 데일리NK는 최근 평양 소식통들을 인용해 간부뿐만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서도 장 부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장 통제가 강화되는 데 대해 주민들은 “장성택이 사람을 못살게 하는 주범”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는 것.

조 연구위원은 “장 부장은 정남 씨를 정치적으로 후원하고 있어 그에 대한 내부 비난은 후계문제를 둘러싼 암투의 조짐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최근 건강이 호전돼 장 부장의 독주를 질책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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